[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4월 서울 용화여고 학생들이 학내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며 시작된 '스쿨 미투'에도 정작 학교에서 근본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스쿨 미투' 200여일이 지났지만 학생들이 길거리에 모여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지난 3일 전국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전국청소년행동연대 날다 등 34개 단체에서 모인 250여명(주최측 추산)은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고 외쳤다. '스쿨 미투' 이후 학생들의 첫 집단행위다.

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구야 울지 마라,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한다'는 슬로건 아래 집회 참가자들은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 페미니즘 교육 실시 ▲2차 가해 중단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국적 실태조사 및 규제와 처벌강화 ▲성별이분법에 따른 학생 차별 금지 ▲사립학교법 제정 및 학생인권법 제정을 등을 요구했다. '스쿨 미투'로 교내 성폭력에 대한 공론화가 일정부분 이뤄졌지만 근본적인 조치와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스쿨미투가 고발한 것은 일부 교사의 비상식적 만행이 아니라 성폭력이 만연한 학교 현장이었다"며 "그렇기 학내 성폭력 고발은 가해교사 몇 명을 징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가 생활기록부, 추천서 등 학생의 진로를 좌지우지할 권력을 갖고 있고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교칙을 학생이 지켜야 하는 수직적 위계관계 속에서는 학생이 교사의 부당한 행위를 고발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며 "학생인권법 제정과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평등하고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예진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대표는 5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스쿨 미투' 공론화 이후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선생님들이)미투를 하는 피해자에 대해 '피해자가 이상한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하거나 '너희가 어떻게 선생님한테 이런 것을 하느냐'는 식의 발언이 저희 학교에서 나왔다. 다른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스쿨 미투'는 사립학교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오 대표는 "사립학교의 경우 인사권이 모두 사학재단에 있다. 실제 교육청에서 징계를 권고해도 재단이사회가 수용하지 않으면 교사가 징계되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 "(성폭력)문제를 제기해도 재단에서 묵인하면 제대로 공론화 되지 않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와 여가부 등 관계부처들은 이달 안에 부처합동으로 성평등 교육 계획 등을 포함한 스쿨 미투 종합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집회에 참석한 단체들은 오는 18일 대구 동성로에서 2차 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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