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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폭행사건 속도 내는 경찰, 그때는 왜 안 했나?[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8.11.04 12:02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 동영상을 공개한 후 경찰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양 회장의 집과 사무실 등 무려 10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은 갑질 중에서도 ‘엽기 갑질’로 세상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사건이 지금 공개되었을 뿐, 오래전부터 자행되어온 폭행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다. 

KBS 9시뉴스는 3일 양 회장의 또 다른 피해자인 모 교수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피해자 모 교수는 양 회장뿐만 아니라 모두 다섯 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폭행당한 장소는 양 회장의 사무실로 “모든 사람들이 보는 데서 맞고 있는데, 아무도 저를 도와주지 않고 심지어 저를 쳐다보지도 않더라구요”라고 말했다.

“목격자·경찰·검사, 아무도 나서주지 않았다”…수사는 ‘미적미적’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모 교수가 폭행을 당한 이후 양 회장을 고소했지만 직원들의 침묵은 이어져 누구도 목격자로 나서주지 않았다고 한다. 누구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직원들의 침묵은 공범행위이며 또 다른 폭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양 회장의 폭행이 얼마나 익숙한 현상인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의 근거가 된다. 

그런 모습은 이번 공개된 직원 폭행 장면에서도 의문점 중 하나였다. 양 회장이 직원을 폭행하는 소란스러운 장면에도 직원들은 고개도 돌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말리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폭행이 벌어지는 장면은 쳐다보지 않기 어려운 법이다. 직원들이 양 회장의 폭행에 매우 익숙했거나 아니면 학습된 행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의 일자리를 내놓고 직장의 포악한 권력자를 고발하는 일은 누구라도 쉽지는 않은 문제다. 그렇다고 침묵한다면 자신 또한 가해자이자 예비 피해자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그러나 직원들에게는 도덕적 문제를 제기한다지만 모 교수의 증언에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담겨 있었다. 양 회장에 대한 고소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검·경의 태도이다.

“목격자·경찰·검사, 아무도 나서주지 않았다”…수사는 ‘미적미적’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경찰은 피해자의 고소에도 관련자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모 교수는 주장했다. 모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경찰은 관련자가 퇴사를 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안 했다는 것이다. 모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대단히 심각한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검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 모 교수는 폭행 당시 양 회장이 가래침을 뱉고 그것을 핥아 먹으라고 했다고 한다. 모 교수는 당시 얼굴을 닦은 가디건을 검찰에 가져갔고, 검찰 수사관은 그 DNA 검사를 사설업체에 의뢰하라고 시켰다고 한다. 집단폭행은 형법상 특수폭행죄에 해당하는 중범죄로 증거를 피해자에게 분석하라고 종용한 검찰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변을 기다리는 상위 다섯 개의 청원은 모두 폭력에 관한 것들이다. 우리 사회가 폭력에 무방비인 현실을 말해준다. 피시방 살인 사건에 대해서 심신미약 감형을 반대하는 청원에는 아직 한 달을 채우지도 않았는데 동의한 사람이 11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들이 폭행에 얼마나 큰 두려움과 분노를 품고 사는지를 보여준다.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사회는 저절로 정화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법당국이 범죄에 대해 엄단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범죄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것이다. 경찰은 양 회장 직원 폭행 보도가 나자마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그때 집단폭행에 협박까지 있었던 교수 폭행에 대해서는 왜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사건이 이슈가 되자 뒤늦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검·경에 대한 시민들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상위 다섯 건에 대한 답변에는 이처럼 언론 보도 여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검찰과 경찰에 대한 대책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뼈를 깎는"이라는 자정의 말을 또 듣고 싶은 국민은 없을 것이다. 법으로 정해야 한다. 피해자를 위한 법은 왜 없냐는 오랜 절규에 이제는 응답해야 하고, 그 시작은 검·경의 투명한 수사부터일 것이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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