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기본에 충실했던 <백종원의 골목식당> (10월 31일 방송)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이제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기획의도가 제대로 살아난 것 같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그 기획의도 말이다. 그동안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골목상권보다는 골목식당 사장님들의 태도 논란으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성내동 만화골목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반에는 파스타집 사장의 거짓말 논란, 피맥집 사장의 의욕 저하 등 자극적인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솔루션을 진행할수록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백종원의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지난달 31일 방송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백종원이 매번 강조하던 ‘기본’을 잘 보여준 회차였다. 결국은 기본, 초심이었다. 국수집의 멸치 육수부터 피맥집의 도우 만들기, 중식집의 탕수육 고기 밑간까지 모두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한식 퓨전 파스타도 원재료 맛을 살린 상태에서 쉽게 가볍게 한식 재료를 얹는 것이었고, 중국집 탕수육 밑간도 아주 간단하게 소금과 후추만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끝까지 피자를 고집한 피맥집 사장에게는 단기간에 손님을 끌 수 있는 노하우 대신 다른 피자집에서 기본기부터 배울 것을 추천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파스타집 사장에게 한국식 퓨전 파스타를 자꾸 강조한 백종원의 의도는 한국식 파스타집이 유명해지면 성내동 골목 자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묘수였다. 식당 하나가 아닌 골목 상권 자체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백종원이, 그리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그리는 빅픽쳐였다. 그간 식당 주인들의 태도 논란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백종원의 솔루션처럼 제작진도 기본에 충실한 편집을 선보였다. 사장님들의 사사로운 태도보다는, 백종원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더 초점을 맞춰서 다른 골목 편보다 더 담백하게 편집했다. 과거에 비하면 논란이 확 줄어든 회차였다.

역시 ‘기본’은 통했다. 솔루션 후 리뉴얼 오픈 후 모든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렇게 많은 손님을 받은 적 없는 사장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조보아부터 김성주, 백종원까지 모두 합세해서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도왔다. 사장님들이 되찾은 건 손님뿐이 아니었다.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함께 얻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원했던 골목상권 활성화일 것이다.

이 주의 Worst: 뒷목 잡게 만드는 로코물 <설렘주의보> (10월 31일~11월 1일 방송)

MBN 수목드라마 <설렘주의보>

“이 남자는 누군데 공항, 집, 편의점 앞 전부 같이 찍혀있지?” 톱스타 윤유정(윤은혜)의 열애를 취재하던 연예부 기자가 사진을 보면서 했던 말이다. 윤유정과의 열애설 상대방인 배우 황재민(최정원) 옆에 늘 다른 남자(차우현)가 함께 찍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시청자도 묻고 싶은 말이다. 어떻게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한 프레임 안에 찍힐 수 있었을까.

MBN <설렘주의보>의 주인공은 ‘국민요정 로코퀸’ 윤유정과 스타 닥터 차우현(천정명)이다. 두 사람을 엮이게 한 사건이 바로 윤유정의 스캔들이었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 중인 윤유정과 황재민은 비밀 연애 중이었고, 황재민을 운명이라 생각했던 윤유정은 내심 공개 연애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두 사람은 연예부 기자의 파파라치에 찍혀 열애설이 보도됐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윤유정이 열애 사실을 인정하려던 순간, 황재민과 다른 여자와의 결혼 발표 기사가 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윤유정은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 정도의 추상적인 언급만 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황재민과의 열애 사실을 인정한 건 아니었다.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톱스타의 이미지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일명 ‘황재민 대타’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윤유정-황재민 열애설을 보도했던 연예부 기자는 우연히 파파라치 사진을 보면서 늘 두 사람 옆에 차우현이 찍혔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고, 그를 대타로 낙점했다.

MBN 수목드라마 <설렘주의보>

일단은 두 가지가 매우 촌스럽다. 차우현이 세 번이나 윤유정-황재민 열애설 파파라치 사진에 우연히 찍혔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남자 주인공 차우현과 여자 주인공 윤유정의 러브라인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이다. 윤유정이 황재민의 집에서 백일기념 파티를 하고 있을 때, 차우현이 집을 보러 왔다가 우연히 찍힌 것이 첫 번째 파파라치 사진이었다. 다음 날 윤유정이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에 간 순간에 하필 차우현도 코피가 나서 편의점에 들렀다가 또 한 번 사진이 찍힌다.

심지어 황재민의 차와 차우현의 차가 똑같아서 윤유정이 차우현의 차를 황재민의 차로 착각하고 타게 되는 설정도 우연 중의 우연이다. 차우현은 윤유정을 차량 절도범으로, 윤유정은 차우현을 스토커로 오해한다. 우연의 연속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윤유정이 황재민에게 차이고 술에 취해 황재민의 집에 쳐들어갔지만, 이미 황재민은 이사를 갔고 차우현이 새로운 집주인으로 이사를 온 상태였다. 윤유정이 사과의 의미로 차우현의 집을 청소해주는 그 순간, 황재민이 이사 간 줄 모르고 잠복하고 있던 연예부 기자의 카메라에 두 사람의 모습이 찍혔다.

MBN 수목드라마 <설렘주의보>

세 번이나 우연히 한 프레임에 들어왔고, 며칠 후 오로지 두 사람만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윤유정과 차우현을 엮이게 만들려는 사건이다. 우연도 어느 정도래야 허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요정 로코퀸’이라는 수식어도 굉장히 촌스럽다. 1회 오프닝에서 해외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모습만 보여주면, 피부과 간호사 입에서 “국민요정 로코퀸 윤유정 몰라요?”라는 말만 나오면 그냥 국민요정 로코퀸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참 쉽다. 윤은혜의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캐릭터를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없는 스토리도 문제다. 명색이 ‘국민요정’이라는 톱스타가 아무리 털털한 성격이라고 해도, 아무리 남자한테 차였다고 해도 소주병을 들고 술을 마시면서 길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설렘주의보가 아니라 뒷목주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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