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하는 EBS 사장 선임에 국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BS 사장 임명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가 언론사 사장 선임 절차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EBS 사장 공모가 마감되는 오늘(2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EBS 사장 선임에 국민참여와 공개검증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EBS 사장 공모가 마감되는 2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EBS 사장 선임에 시민참여와 공개검증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상 EBS 사장은 방통위원장이 방통위 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공영방송 KBS의 사장은 이사회가 임명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고, MBC 사장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임명하는데 반해 EBS 사장의 임명권은 정부 부처인 방통위에 전적으로 부여돼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KBS·MBC를 비롯해 YTN, 연합뉴스 등 공영이거나 공영의 성격을 띄는 언론사 사장 임명 과정에는 시민참여가 이뤄졌다. 정치권의 입김이 공공연하게 작용하는 공영언론 사장선임 절차에 투명성을 강화해 언론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외부 요구가 관철된 결과다. KBS는 두 차례의 사장선임에서 시민의견 40%를 직접 반영하기도 했다. 사기업인 SBS의 경우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해 내부 구성원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이와 달리 공영방송 EBS의 사장 선임 절차에 시민의견 반영 절차가 없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 방송독립시민행동의 지적이다. 방통위는 이번 EBS 사장 선임 절차에서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공개해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직전 같은 방식으로 치뤄진 KBS이사회·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 정치권이 개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서명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KBS·MBC 사장 선임에서 보여준 것처럼 시민참여를 적극 보장하고 그 의견을 점수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시행 중"이라며 "EBS만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이고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EBS 사장 선임을 방통위가 직접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방식은 국가주의가 깊게 뿌리내린 제도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방통위가 EBS 사장을 직접 임명하는 탓에 나타난 부작용도 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방통위는 '청와대 추천'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을 EBS 사장에 임명했다. 공영방송 이사회와 EBS 사장을 임명하던 인사가 사장직에 오른 사례다.

유규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장은 "방통위가 사장임명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공개적·암묵적으로 EBS를 산하기관 대하듯 한 게 그동안의 관행"이라며 "이명박 정부 방통위는 현직 방통위원을 EBS 사장으로 임명했다. 통신관료 출신으로 교육도 방송도 모르는 사람을 EBS 사장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 지부장은 "방통위가 EBS사장 임명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 황당한 구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EBS 사장 선임 절차를 다른 방송사와 동일하게 바꿔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시민들의 공개검증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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