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bs가 추진중인 정규직 전환에 대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주최로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가 열렸다. 이는 지난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프리랜서 정규직화를 선언한 이후 tbs에서 진척되고 있는 전환 작업에 대한 중간점검의 일환이다.

1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주최로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가 열렸다.(미디어스)

이 자리에서 김민영 tbs 기획조정실 법인화팀 주무관은 "저희가 할 정규직 전환은 재단법인 이후 고용승계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재단법인화된다면 그때 일종의 채용절차를 통해 직원을 채용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tbs측이 재단법인화 과정에서 직원들에 대해 사실상 시험 등 재취업 평가를 보는 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기준 프리랜서를 제외한 tbs의 인력은 290명(프리랜서 제외)이다. 이 중 비정규직은 262명으로 90.6%에 이른다. 비정규직에는 파견·용역 노동자가 87명이 포함되어 있다. 작가 등 프리랜서는 185명에 달한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비정규직과 프리랜서의 비율이 높은 고용구조 속에서 법인화 이후 제한적 채용절차가 시행된다면 상당수의 직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장은 "제한적 공개채용의 경우 프리랜서와 파견직에 적용되는 것인가"라며 "경쟁력 평가의 필요성이 있다면 평소 일하는 과정 속에서 검증하는 과정이 있었어야지 왜 재단법인화 과정에서 새삼 경쟁력 평가가 도입되고 일부는 탈락되는 사태가 발생해야 하나. 그 상황 자체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재단법인화가 됐을 때 어떤 기준으로 고용승계와 제한경쟁 체체 등으로 나눌 것인가. 기준은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며 "재단이 새로 설립될 때 엄밀히 말하면 고용승계는 아니다. 그러나 관리직을 제외하고 내용적으로 고용승계가 된다. 이 기준이 흔들리면 갈등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정규직 전환 작업이 작가 직군에 특히 불합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tbs는 지난달 방송계 최초로 방송작가 직접고용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작가 직군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약 10% 규모에 불과하다. 정규직 전환의 판단 기준인 '종속성'이 작가 직군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작가들이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종속성을 보인다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실질적으로 프로그램 기획과 구성에 상당부분 기여하는 작가가 종속성이 떨어지는 원인에는 '프리랜서'라는 계약 형태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한국은 작가들을 프로그램 별로 움직이게 한다. 하는 일은 똑같은데 콘텐츠 단위로 정체성을 부여한다"며 "콘텐츠에 기반을 두는 작가들은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종속성이 떨어지니까 너희는 정규직이 안 된다고 하는데, 모순적이다. 저희가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프리랜서'라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걸 개선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지부장은 "지상파 드라마 PD, 일년에 한 편 제작하지만 정규직이다. 정규직이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크리에이티브한 정규직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 정규직화 협상 과정에서 듣는 말은 '작가 고용이 안정되면 프로그램 질이 저하된다'라는 말"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사내 업종별 차별과 권력관계 문제 등 고질적인 사내문화 문제로 인해 정규직 전환 작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강훈 지부장은 "단계적 전환으로 직고용이 이뤄지고 있는데 관리 직군은 말 못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며 "직고용된 첫날 위협발언이 시작된다. '직고용 됐으니 PD 말 잘들어라'고 얘기한다거나, 작가들을 모아놓고 정리한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조성주 노동협력관은 "tbs PD분들의 주장은 '작가직군만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으니 '작가는 해고위험이 있어야 크리에이티브가 있다'고 한다"며 "직군 자체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존재한다. 당장 비정규직 처우가 열악해 정규직화가 중요하지만, tbs의 훨씬 큰 쟁점은 정규직 전환 이후 위계구조 설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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