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윤수현 기자] 최근 많은 언론이 '비즈(Biz)'란 이름의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조선비즈, 한국경제의 한경비즈 등을 유사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경제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매일경제가 운영하고 있는 '매경비즈'는 형태가 남다르다. 취재 활동을 하고 있는 매경비즈는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았다.

매경비즈는 다른 언론사처럼 기자 인력을 운용하고 경제부문 취재를 진행하지만,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아 통상적으로 정부나 각종 언론 유관 협회에서 인정하는 언론사로 보기 어렵다. 또한 매경비즈는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영란법, 언론중재위원회,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 등을 비켜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경제 로고. (사진=매일경제 홈페이지 캡처)

지난 10월 24일 오전 매경미디어센터 대강당에서 매일경제는 법무법인을 초청해 기자들에게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교육을 실시했다. 김영란법은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른 유착을 막기 위해 식사, 선물, 경조사 비용 등을 제한한 법률이다. 기자들도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매일경제가 이 같은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매일경제 본지 기자들뿐만 아니라 각 계열사의 기자들 대부분이 모였다.

교육에 들어가기 전 매일경제와 계열사 기자들은 김영란법을 준수하겠다는 청렴서약서를 받아들었다. 서약서는 법인별로 배부됐다. 그러나 매경비즈 기자들의 서약서는 없었다. 매일경제 관계자는 매경비즈 기자들에게 "매경비즈는 언론사가 아니니 서약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 교육만 받고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발단은 매일경제의 온라인판인 매경닷컴의 분사다. 매경닷컴은 지난 2015년 12월 매경닷컴과 매경비즈로 분사했다. 매경닷컴은 디지털뉴스부라는 이름의 취재부서를 운영했는데, 부장을 제외한 차장과 기자 전원이 신설법인인 매경비즈의 콘텐츠개발부로 소속이 변경됐다. 소속이 바뀌었다고 기자들의 업무 내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매경비즈 소속 기자들은 기존 업무와 다름없이 증권, 금융, 산업 등 경제 분야의 출입처를 맡고 자신이 맡은 분야의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분사 3년이 다 되도록 매경비즈는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정기간행물 등록을 해야 정부 등의 공식 기관에서 언론사 지위을 인정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신문법상 언론사는 정기간행물 등록을 한 사업자를 의미한다"며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언론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게재된 매경비즈 채용 공고 일부. (사진=매경비즈 채용공고 캡처)

그런데 매경비즈는 지난 7월 언론사 타이틀을 달고 기자를 채용했다. 당시 매경비즈의 채용공고에는 "매경미디어그룹의 온라인매체인 매경비즈-닷컴은 매일경제신문-매일방송(MBN)과 함께 '신문-방송-인터넷'의 3각축으로 빅뱅 시대의 주역이 되고 있다"며 "선발되는 기자는 증권과 금융, 산업 분야를 취재·보도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고 회사와 직무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10월 김영란법 교육에서는 언론사가 아니라고 했던 매경비즈가 지난 7월에는 스스로 언론사라고 밝히고 있었다.

물론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언론이 아니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1인 매체나 비제도권 매체를 부양해 언론자유를 신장시키자는 취지에서다. 제도권 언론의 경우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정기간행물 제호 검색 서비스에서 '매경비즈'를 검색한 결과. 검색 된 데이터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문체부 홈페이지 캡처)

그렇다면 언론사가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아 얻게 되는 이점은 무엇일까. 먼저 매경비즈는 앞서 매일경제의 김영란법 교육의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해당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김영란법에서 규정하는 언론사는 언론중재법이 규정하는 언론사의 개념을 차용하는데, 언론중재법은 신문법에 따라 정기간행물 등록을 한 경우를 '매체'로 인정하고 있다.

매경비즈가 법률상 매체가 아닌 데다 기사를 매경닷컴에 송고하기 때문에 언론중재위에 회부되지도 않는다. 매경비즈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책임은 기사를 송출한 매경닷컴이 지게 된다. 언론중재위 관계자는 "책임자가 어느 회사에서 나오든 조정은 기사가 올라가 있는 언론사를 대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매경비즈는 포털 제휴평가위 제재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네이버는 제휴 매체를 통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송출할 경우 '제3자 전송'으로 규정하고 제재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일보가 자회사인 연예매체 더스타 기사를 조선일보의 이름으로 송출한 사실이 적발돼 '48시간 네이버 노출 중단' 제재를 받은 바 있다.(관련기사 ▶ 조선일보의 굴욕, 25일 네이버·다음 노출 중단)

제3자 전송 금지 규정은 매경비즈에 해당되지 않는다. 매경비즈는 네이버와 계약돼 있지 않고, 다른 법인인 매경닷컴을 통해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그러나 매경비즈는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네이버가 취급하는 '매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태는 제3자 전송과 유사하지만, 규정상은 제3자 전송이 아니란 얘기다.

제평위 관계자는 "제평위는 정기간행물 등록을 한 곳을 매체로 보고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은 매체는 부서 정도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제3자 전송으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며 "계약상으로도 매경닷컴의 기사로 송고가 되기 때문에 외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건 또 새로운 형태"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매경비즈 관계자는 "저희 그룹사에 정기간행물이 몇 개가 있는데 일일이 사람 하나하나, 회사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정기간행물 등록을 해야 하느냐"며 "우리가 기자들에게 월급을 적게 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기자들의 활동을 지원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경비즈 관계자는 김영란법을 적용받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 내부에서는 적용을 받든 안 받든 상관없이 다 맞춰서 (활동)하고 있다"며 "서약서를 쓰지 않은 것은 법적인 의무가 없어서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했던 것과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회사 내부 문제를 이렇게 밖에서 얘기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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