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대한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은 해임건의안 제출 이유로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의 남북고위급회담 취재 제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 작업에 100억 원대의 예산 집행 등이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때그때 바뀌고 있어, 북한의 모순적 지위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오전 10시 자유한국당은 조명균 장관 해임 건의안을 국회 의사과에 제출했다.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 해임 건의안 제출 이유로 헌법 위반, 탈북민 차별, 언론의 자유 침해 등을 들었다.

▲자유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승희 의원이 31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조명균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월 15일 남북고위급회담 과정에서 탈북민 출신의 특정 언론사 기자의 취재를 불허해 탈북민을 차별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또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남북 철도와 도로연결 사업을 합의하고 이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권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9월 공사가 끝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시설 개보수사업에 통일부가 집행한 남북협력기금은 약 100억 원으로 지난 7월 사전 심의·의결된 8600만 원에 100배가 넘는다"며 "이렇게 금액이 차이가 나는데도 통일부는 사전에 구체적인 공사내역과 비용 등을 비공개했다. 100억 원에 달하는 국민혈세를 독단적이고 불투명하게 집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일련의 사안을 놓고 볼 때, 조명균 장관의 행위는 헌법 제60조, 63조 등에 위반돼 국무위원 해임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조명균 장관의 해임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조선일보 기자 관련 건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북한의 지위는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을 우리 영토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집단으로 보고 있는 셈이며, 북한 주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는 유명무실한 측면이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은 유엔 동시가입했다. 사실상 우리 측이 북한의 국가로서의 존재를 인정한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왔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다.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국가성을 부인하며 흡수통일을 기조로 삼아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 같은 기조를 근거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당장 이번 국정감사에서 내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에 북한 선수단의 참여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 참여를 추진하는 광주시를 향해 "그래서 북한이 국가인가요, 아닌가요?"라고 캐물었다.

지난 2017년 3월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선출 당시에도 북한의 국가성 여부를 두고 자유한국당 후보들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북한을 국가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인제 전 의원은 "과거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따져물었다. 김진태 의원은 홍 전 대표를 향해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최근에 자유한국당의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앞서 청와대가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를 비준한 것에 대해 국회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북한은 국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25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한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이 성립되면 문재인 정부는 반국가단체와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하고 평양선언을 했다는 말이냐"며 "이제까지 북한과 유엔에 동시가입했기 때문에 준국가로 상대해서 그렇게 해왔는데, 지금에 와서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반국가단체 선언을 해야 되는 것으로, 심각한 자기모순적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제법적으로 북한은 조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라며 "1953년 휴전협정을 보더라도 반국가단체 북한과 유엔사, 중국이 협정을 체결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주장대로라면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 대상도 아니라는 의미인데, 그럼 북한과의 공동선언의 성격이 뭔지 답해보라"며 "북한과의 관계를 헌법적,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정리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조명균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해임 건의 사유가 가관"이라며 "취재 배제는 남북회담의 특수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였고 통일부장관이 사과하고 일단락된 사안이다. 남북연락사무소 공사 비용도 급박히 진행된 일정을 감안해 사후 정산하게 된 사정을 정부가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진짜 의도는 어떻게든 한반도 평화를 방해하려는 데 있는 것 같다"며 "정부여당이 하는 일을 무조건 물어뜯고 말겠다는 행태는 그만둬야 한다. 태클도 지나치면 퇴장당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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