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네이버가 44개 언론에 한정해 모바일 기사 배열을 맡긴 것에 대해 “언론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네이버 모바일 뉴스 담론이 44개 인링크 언론사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 주최로 ‘네이버 뉴스 개편, 언론노동자의 평가는?’ 토론회가 열렸다. 네이버의 뉴스 개편을 두고 언론인의 입장을 듣는 자리였다.

▲새롭게 개편된 네이버 모바일 화면, 첫 화면과 뉴스판의 에어스 기사 배열, 검색차트판 (사진=네이버 모바일 화면 캡쳐)

지난 10일 네이버는 모바일 개편안을 발표했다. 네이버가 개편한 모바일 첫 화면은 구글처럼 검색창만 나오게 된다. 또한 44개 언론사가 직접 기사를 배열하는 ‘오늘의 주요 뉴스’와 인공지능 콘텐츠 추천 시스템인 에어스가 제공한 기사가 배열된다.

이에 대해 박선영 한국일보 웹 뉴스 팀장은 “현재 모바일 페이지에서 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언론사는 44개”라면서 “네이버 인링크가 아닌 언론사는 모바일에 로고 하나도 넣을 수 없다. 이용자의 선택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철 한겨레 디지털기획팀장은 “(모바일에서 기사 배열을 할 수 있는 언론사) 44개에 들지 않는 미디어 매체는 어디서 물건을 팔아야 하나”라면서 “미디어 생태계를 고려했을 때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인지,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비판했다.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는 “(한국에 존재하는) 8000여 개의 언론사 중 44곳이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언론의 다양성이 아니라 주류를 대표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박선영 한국일보 팀장, 장문혁 연합뉴스TV 에디터, 원윤식 네이버 상무, 김원철 한국일보 팀장,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 (사진=미디어스)

네이버가 언론사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선영 팀장은 “언론사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당혹스럽게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정책을 바꿀 때마다 언론사는 휘둘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문혁 연합뉴스TV 소셜미디어 에디터는 “네이버가 정책을 발표하면 언론사는 그에 맞춰 적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너무 일방적이다. 네이버가 정책 변화와 함께 상생의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사가 자성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금준경 기자는 “언론사의 온라인 기사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온라인 저널리즘의 위기는 (네이버와) 언론사가 같이 만든 위기”라고 말했다. 금준경 기자는 “진보언론이라고 불리는 곳도 어뷰징을 한다”면서 “신문기자는 닷컴 기사가 자기들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문화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원윤식 네이버 상무는 “기존에 네이버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사용자와 언론사가 만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모바일 개편이) 개별 언론사의 브랜드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뉴스 개편, 언론노동자의 평가는?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이날 네이버는 정책 결정이 일방적이라는 언론노동자들의 지적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원윤식 네이버 상무는 “내가 담당하는 업무는 대관(우호적 경영여건 조성을 위해 관을 상대로 벌이는 활동)”이라면서 “뉴스 서비스 리더(유봉석 네이버 상무)에게 내용을 전달해 향후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 재료로 삼으라고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원윤식 상무는 “뉴스 서비스 담당자가 와서 민감한 질문에 세세한 답변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왔다”고 밝혔다.

이번 ‘네이버 뉴스 개편, 언론노동자의 평가는?’ 토론회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 주최로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회는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발제는 윤석빈 언론노조 특임 부위원장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박선영 한국일보 웹 뉴스 팀장·김원철 한겨레 디지털기획팀장·장문혁 연합뉴스TV 소셜미디어 에디터·김양순 KBS 디지털뉴스부 팀장·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원윤식 네이버 상무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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