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은 2014년 3월 노조 결성 이후 ‘진짜사장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노조가 끈질기게 싸워온 결과,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드디어 정규직화 방안을 내놨다. ‘부분자회사’다. 전국 72개 홈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600여명인데 이중 1300명만 자회사로 고용하고, 나머지 1300명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이건 천하제일의 어용노조라도 수용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방안이다. 그래서 우리 노조는 10월 15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32 소재의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매일 같은 도시락을 꾸역꾸역 삼켜낸다. 춥고 시끄럽고, 매연도 심하다. 잠이 오질 않는다. 억울하다. 그래서 쓴다. /글쓴이 주

얼마 전 높으신 분들을 만났다. 우리 조합원 800여명의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들이었다. 이분들로 말할 것 같으면, 요즘 매년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 치우는, 케이블방송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는, 그래서 KT와 함께 업계 공동선두로 올라서려는, LG유플러스의 임원과 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분들의 목적은 분명했다. ‘노동조합을 어떻게든 달래보자!’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노숙농성 현장. (사진=희망연대노조)

일단 배경설명부터… LG유플러스는 전국에 72개 홈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이 센터에서 일하는 2600여명의 노동자들은 고객을 응대하고 인터넷과 IPTV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개통, AS한다. 그런데 72개 센터는 모두 하청업체가 운영한다. 이 동네 저 동네 LG 가입자들을 만나는 현장 기사들은 그러니까 전부 다 ‘하청업체’ 소속이다. (참고로, 여러분이 통화하고 대면하는 노동자 중 LG유플러스 소속은 단 한 명도 없다.) 이 하청노동자들이 우리 조합원이다. 하루를 거짓말로 시작하고, 하루에 수십 번의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안녕하세요? LG 기사입니다.”

심각한 문제는 LG가 매년 하청업체들을 실적으로 줄을 세워 갈아치운다는 것이다. 해마다 20~30%에 달하는 하청업체가 바뀌는데, 그 덕에(?)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이직의 달인이 된다. 광주광산서비스센터는 4년 동안 무려 다섯 번이나 업체가 바뀌었다. 나이가 마흔이고 뭐고, 경력이 15년이고 뭐고 상관없다. 모두 매년 해고당하고 매년 수습사원이 된다. 근속과 연차는 당연히 사라진다. 근속이 일 년이 안 된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디어스 독자라면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을 들어봤을 터다. 이 말의 사회적 의미는 ‘하청업체에 위험업무를 떠넘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외주화로 인해 상시지속업무가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맞다. 그 망할 중간착취 구조 때문에 우리 조합원들은 전신주에서 떨어지고 옥상과 지하에서 벌벌 떨며 일한다. 안전장비조차 지급하지 않고 일하라 지시하고, 산업안전보건교육은 퇴근 후 인강으로 대체하라는 게 하청업체들 수준이다. (하청업체의 상상초월 기상천외 극악무도 갑질은 다음 글에서 전격 공개하겠다.)

LG는 나쁘다. 고객과 약속을 잡고, 서비스를 개통하고 AS하는 일은 ‘상시지속업무’인데 이걸 외주화한 것이다. 실제 사용자이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원청은 하청업체를 쥐어짜고, 하청은 중간착취를 위해 무엇이든 한다. 결국 원청과 하청은 양쪽에서 노동자를 비틀어재낀다. 이런 외주화 구조에서 하청은 닥치고 갑질해서 중간착취를 하고, 원청은 땅 짚고 헤엄치며 돈을 쓸어 담는다.

이 짓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노조가 파업하고 싸우고, 여기저기서 직접고용하라고 압박하고, 경쟁사들도 직접고용이든 자회사든 하고 있고, 관리감독 강화해도 하청업체 불법행위는 줄어들지 않고… 상황이 이런데도 LG는 어떻게든 직접고용을 피해보겠다고 노조를 설득하러 나온 것이다.

그분들은 이런 말을 했다. “원청, 하청, 노조가 3자 협의체를 정기적으로 하면 업체 갑질 사라지지 않겠나?” “조합원들에게 자회사 수준의 복지와 연말 성과급을 보장하면 좋지 않겠나?” “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이 안정될 수 있도록 LG가 참여하는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자.” “실적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개선해 나가자.”

조합원들이 ‘복지’와 ‘성과급’에 넘어갈 줄 알았나 보다. 예상과 달리 우리 조합원들은 ‘돈 대신 권리’, ‘협상 대신 투쟁’을 선택했다. 조합원 95%가 “이기든 지든 직접고용 요구하며 싸워보자”고 했다. 그렇게 석 달 동안 조합원 1인당 열흘이 넘는 파업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 고객들에게 처음으로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LG유플러스 하청업체 소속 ○○○입니다.”

노조가 싸우니까 그제야 내놓은 것이 바로 ‘부분자회사’ 방안이다. 홈서비스센터 반은 자회사로 전환하고, 반은 하청업체로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반쪽정규직 방안을 LG는 정규직화 모델이라고 우긴다. 웃긴다. “CEO가 결재했다”고 했고, “그룹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분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인화(人和,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와 정도(正道,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다)를 경영철학으로 삼는 LG의 경영진이 한국경제사에 촌극으로 남을 이런 반쪽정규직 안을 결재했을 리가 없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님은 이런 이야기조차 모를 것이다.

나는 그날 그분들에게 물었다. “여기 계신 분들은 혹시 급여명세서를 확인하시나요? 보통 직장인들은 월급통장에 찍힌 액수만 확인합니다. 회사를 믿기 때문이죠. 아니, 그게 상식적인 회사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 조합원들은 회사가 이번 달에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을 얼마나 납부했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봅니다. 그것도 모자라 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한 번 더 확인합니다. 내 퇴직금이 제대로 적립되고 있는지 매달 확인합니다. 걸핏하면 사회보험료 체납하고, 여차하면 퇴직금 들고튀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이런 회사에 다니고, 이렇게 삽니다.”

이런 회사에 다니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LG유플러스가 홈서비스센터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하청’은 이렇다. 상상도 못할 거다. 당신들이 어떤 지옥을 만들었는지.

②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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