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가짜뉴스가 횡행할수록 더 많은 민주주의로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시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체제를 구성해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디어 비평의 강화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등 진실을 예우하는 환경 조성이 가짜뉴스 문제 해결책으로 꼽혔다.

2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민하 저술가는 '가짜뉴스'는 과거부터 있었던 것이라며 더 많은 민주주의를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정부의 가자뉴스 근절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김 저술가는 "가짜뉴스는 플랫폼을 달리해왔을 뿐이지 존재해왔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유통됐다"며 "오프라인 공간에서 가짜뉴스가 유통될 땐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저술가는 "심각한 문제가 된 건 인터넷을 통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부터"라고 진단했다.

김 저술가는 "우리 정치체제가 정치적 논의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총체적 이해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사회적 불만이 형성되고 고통을 받게 되면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쉽게 얘기한다. 결국 선거에서 한 표로 후보자와 정치세력에 대해 찬반을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저술가는 "문제는 근거를 합리적으로 논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여러 이유를 모조리 끌어다가 잘못된 정보로 마구 뒤섞어서 반대 이유를 생산한다"고 지적했다. 김 저술가는 "이것은 보수만의 문제도, 진보만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보수와 진보가 함께 갖고 있는 문제이고, 대의민주주의가 근대국가 체제로 포섭된 이후에 반복돼 온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저술가는 "정부가 가짜뉴스 문제로 법적인 처벌을 고민한다고 하면 무엇을 하면 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된다, 어떤 표현은 써도 되고, 어떤 건 안 된다는 걸 정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근본적 해결책은 정치체제의 문제, 정치적 논의를 어떻게 소화하고 있느냐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저술가는 "체제가 소화하지 못하는 문제는 해결책을 찾으려는 반대자들의 욕망이 모여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저술가는 "극우 유튜브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논리구조를 보면 다분히 분노하고 있고, 이것이 이 사회의 문제라고 얘기한다"면서도 "그런데 다분히 흥미 위주고 자신의 정권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동원해도 된다는 피상적 접근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저술가는 "그런데 사회 체제의 문제가 나의 문제, 나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하면 이렇게 무책임하게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줘야 한다. 실패를 거듭할 수 있지만, 이게 퇴적해서 다른 진보와 성공의 조건이 될 수 있는 나은 실패를 반복해, 나은 사회를 만들어내는 게 정치권에서 우선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저술가는 미디어 비평의 강화도 강조했다. 김 저술가는 "유튜브의 유인은 기성언론이 가진 딜레마와 형식적으로 유사하다. 팩트체크 등을 통해 신뢰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는데, 당연히 필요한 노력"이라면서도 "그런데 기성언론이 신뢰를 잃은 중요한 요인은 잘못된 사실을 보도한 것도 있지만 팩트를 보도해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논조가 달라지고 맥락이 생기고, 기업, 정치권, 광고주의 이익과 맞게 활용하면서 교묘하게 언론 자신의 이익을 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저술가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도 중요하지만, 유튜브에서 극우 채널을 보시는 분들도 뉴스를 잘 읽고 있는 분"이라며 "주식, 부동산 뉴스는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그분들은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저술가는 "결국 언론 자신의 신뢰성 향상을 위한 팩트체크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조건이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 저술가는 "방송과 신문, 방송과 방송, 신문과 신문 등 언론 상호간의 미디어 비평이 인기를 얻고 긍정적으로 평가 받았던 때가 있었다"며 "언론을 둘러싼 상호 비평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언론에 필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근절 대책이라며 내놓는 것들이 결국에는 '평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민주당이 이제와서 허위조작정보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짜 의도는 자신들의 평판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014년 9월 박근혜 정부의 사이버명예훼손전담팀 문건과 2018년 10월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 문건이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2014년 9월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은 "근거없는 의혹과 루머로 국론분열,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한편,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으로 관련된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에 대한 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사이버명예훼손전담팀을 구성해 고소고발이 없어도 선제적으로 수사에 나선 바 있다.

2018년 10월 작성된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 문건은 정책 취지를 "허위조작정보확산은 올바른 정보의 유통을 방해하고 사실을 왜곡, 언론과 사회 전반의 신뢰 저해 및 정치경제적 피해를 야기한다"고 돼 있다. 박 교수는 "적어도 취지를 보면 박근혜 정부 검찰 문건과 아주 비슷하다"며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대책에도 고소고발전이라도 적극 수사에 착수하겠단 얘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함의를 생각해보면, 일반인이 치매라고 하면 잡아가겠느냐. 그런데 문 대통령이 치매라고 써있으면 치매가 아니라며 잡을 것"이라며 "결국 유명인들과 공인들을 보호하겠다는 그런 의도"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최근 페이크 뉴스 문제는 결국 극우가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게 된 게 핵심"이라며 "과거 진보가 인터넷을 잘해서 노무현, 오바마 당선시켰는데, 이제는 트럼프, 푸틴도 할 줄 아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박 교수는 "그걸 갖고 진보쪽에서 페이크 뉴스를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건 진보의 자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대안으로 '진실에 대한 예우'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허위를 잡으려면 허위가 허위라고 말하는 진실을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투 국면에서 여성계에서 '진실유포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때문에 제대로 된 성추행을 고발하지 못한 사례가 허다하다"며 "법조문에 '오로지 공익'을 입증하지 못하면 말을 못하게 해놨는데 누가 허위에 맞서 진실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주최로 열렸으며, 전규찬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이 사회, 김보라미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 김종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김민하 저술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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