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북한 인권문제를 차선으로 미뤄둬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9일 열린 ‘2018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인권문제를 말하면 적대적인 행위로 간주한다”면서 “핵과 미사일과 관련해 신뢰가 구축되면 인권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논의를 꺼리는 분야 중 하나다. 체재유지를 위한 정치범 수용소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주요 언론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정인 교수는 인권문제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정인 교수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선)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면서 “북한 인권문제는 중요하지만, 핵·생화학무기·경제·안보 등 다양한 현안을 동시에 해결할 순 없다”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문정인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면 그다음에 인권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인 교수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과 객관성, 신중함”이라면서 “인내심 가지고 깊은 이해를 하면 (언론이)잘 보도할 수 있다”면서 “(한반도의)전쟁 상황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정인 교수는 한국 언론이 북한을 악의 대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선)북한을 어떻게 보도하는가가 중요하다”면서 “북한을 악마로 보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정인 교수는 “최근 북한의 로동신문을 보면 부분적인 진실을 담고 있고 객관적 보도도 있다”면서 “우린 그걸 무시하고 뉴욕타임스 같은 서방 전문가의 눈을 통해서만 북한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북한과 그 반대편 모두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사진=미디어스)

제이크 린치 호주 시드니대학교 교수는 ‘평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평화 저널리즘은 언론이 독자에게 평화·비폭력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보도를 뜻한다. 린치 교수는 국제평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평화 저널리즘 분야에서 가장 많은 출판물을 가지고 있다.

린치 교수는 “평화 저널리즘은 단순히 평화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분쟁과 관련해서 비폭력적인 대응에 더 가치를 두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린치 교수는 “평화 저널리즘은 갈등 당사자를 양분시키지 않고, 다양한 계획을 중심적으로 보도한다”면서 “분쟁을 완화하고 어떻게 하면 폭력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호리야마 아키코 마이니치 신문 기자는 “일본에는 핵무기와 납치라는 사회적 트라우마가 있다”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투명하지 않거나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북한을 잘 믿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아키코 기자는 “그러나 (핵과 납치 문제만이 강조된다면)원칙적인 카드가 될 수 있고, 평화 프로세스의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키코 기자는 “북한은 이웃으로 잘 교류할 수 있는 상식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좋은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어 가는 것은 우리(언론인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아키코 기자는 “평화 프로세스의 방향성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북한에 대해) 반발이나 불안을 가진 사람을 소외시키지 말고 치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라 행콕스 CNN 기자는 정확한 정보 출처 없이 북한 소식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지적했다. 행콕스 기자는 “북한을 악마화하는 것은 옳지 않고 무책임하다”면서 “이는 보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행콕스 기자는 “장성택이 처형됐을 당시 정보의 출처가 어딘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면서 “한 언론에서 잔인한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다른 언론이 경쟁하듯 인용을 했다”고 밝혔다.

행콕스 기자는 “(정보의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상황이기 때문에 위험하며 수준이 낮은 보도가 나올 수 있다”면서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뉴스를 보고 싶어 한다. 당시 난 장성택과 관련한 보도를 하지 않았고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번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평화 저널리즘 세션의 발제는 제이크 린치 시드니대 교수와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좌장은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이며 토론자로는 폴라 행콕스 CNN 기자, 호리야마 아키코 마이니치신문 기자, 진금철 중국국제방송 기자, 스타니슬라브 바리보다 러시아 타스통신 기자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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