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차기 사장 후보자 3인이 시민평가자문단 앞에서 정책발표회를 가졌다. 후보자 3인은 KBS 이사회가 차기 사장 평가기준으로 제시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비전과 철학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신뢰성 강화방안 ▲KBS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나갈 경영능력과 리더십 및 미래방송 혁신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27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김진수 KBS 해설국장, 양승동 현 KBS 사장, 이정옥 전 KBS 글로벌센터장 등 3인의 사장 후보자 정책설명회가 열렸다. 이들은 약 180명 규모의 시민자문단 앞에서 공영방송 KBS 사장으로서의 철학과 포부를 밝혔다.

27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는 김진수 KBS 해설국장, 양승동 현 KBS 사장, 이정옥 전 KBS 글로벌센터장 등 3인의 사장 후보자 정책설명회가 열렸다. 이들은 약 180명 규모의 시민자문단 앞에서 공영방송 KBS 사장의로서의 철학과 포부를 밝혔다. (사진=KBS)

양승동 후보 "KBS 정상화의 기반 마련, 첫 발은 확실히 뗐다"

양승동 후보는 지난 6개월간 KBS 사장으로서 자신이 해온 일들을 언급하며 KBS의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양 후보는 KBS 정상화에 대해 "첫 발은 확실히 떼었다고 감히 말씀 드린다"며 향후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회복하고,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KBS의 체질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양 후보는 지난 사장 선거에서 내건 공약 중 "55%는 이행했고, 40%는 진행 중"이라며 자신에 대해 55점이라는 점수를 매겼다. 이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최근 자신에 대해 80% 정도의 긍정 평가를 내놓은 설문조사를 인용해 "우리 구성원들은 점수를 더 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양 후보는 크게 ▲KBS 신뢰도 회복 ▲공영방송에서 공공미디어로의 진화 ▲세계적 공영방송으로의 도약 ▲효율 중심의 조직개편 등을 향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양 후보는 최근 안팎으로 KBS의 위기를 얘기하지만, 이른바 '가짜뉴스'가 세계적 문제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KBS를 '믿고 보는' 채널로 만들겠다는 게 양 후보의 포부다.

양 후보는 "가짜뉴스가 만연한 미디어환경에서 세대를 불문하고 KBS를 믿고 보게 하겠다"며 "먼저 KBS 저널리즘 신뢰도 회복을 통해 'KBS 뉴스는 믿는다'라는 명제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탐사보도부를 만들고,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방송하며 KBS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들을 시행해왔다는 게 양 후보의 설명이다.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KBS)

또 양 후보는 과거 불공정 보도 사례 등을 조사하는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출범도 KBS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조처였다며 향후에도 진미위를 통해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6개월간 KBS를 운영해 온 경험을 살린 구체적인 미래전략도 눈에 띈다. 양 후보는 "그동안 KBS는 디지털 모바일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며 공영방송에서 '공공 서비스 미디어'로의 진화를 강조했다.

양 후보는 "10여년 뒤에는 TV가 사라질 수도 있다. 2030년까지 공영미디어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지상파 중심이 아닌, 다양한 플랫폼에서 KBS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사업에 향후 3년 간 기존의 3배 이상 수준으로 예산을 늘리고, 관련 전문직을 영입해 디지털 기반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양 후보는 '한국형 넷플릭스'를 추진하겠다며 각 사업자 간 이미 상당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계 현안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양 후보는 "지난 8월 일반직 전환 합의서에 서명했다. 작가 700여명과도 표준계약서를 체결한다"면서 "미디어상생위원회를 운영할 것이다. 장애인 고용도 정상화하겠다. 말로만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KBS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후보 "독립성과 진영논리 극복이 중요"

김진수 후보는 차기 KBS 사장의 과제로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진영논리의 극복을 주요하게 꼽았다. 특히 양승동 사장 체제의 KBS 내부에서 진영논리가 여전한 탓에 갈등이 심화되고 결국 조직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김 후보의 생각이다.

김 후보는 1987년 KBS 기자로 입사해 중국 상해 특파원, 해설위원 등을 지냈다. 김 후보자는 2016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등에 대해 논평을 했다가 비제작부서인 방송문화연구로 발령났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문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본인 역시 권력에 의해 제작자율성을 침해 당했음에도 진영논리에 의한 적폐청산만으로는 KBS가 나아갈 수 없다는 게 김 후보의 생각이다. 지난 10년간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KBS에는 진영논리가 만연해졌고, 그로 인한 내부갈등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어 이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진수 KBS 사장 후보자 (KBS)

김 후보는 "진영논리의 극복이 필요하다. 현 지도부는 (언론노조)KBS본부의 지지위에 서 있다"며 "한 진영처럼 여겨진다. 그러다보니 다른 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이런 대립 구도 속에서 리더십이 바로 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폐청산이면 다 될 일을 왜 이야기하느냐고 한다. 그러나 적폐청산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진영논리의 극복이 필요하다. 단순히 파업을 안했거나 보직을 맡았다는 이유로 그래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지난 9년을 진정으로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게 김 후보의 포부다.

김 후보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리더십 발휘를 위해 기존 임명동의제에 더해 '사장 소환제'를 제안했다. 사장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쳤다고 인정될 때 구성원 동의로 사장을 직접 소환하는 제도다. 또 김 후보는 본부장 중간평가제에서 반대가 일정부분을 넘어서면 반드시 교체하는 형태로 고치겠다고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김 후보는 KBS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현안'을 피하지 않는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가 말하는 '현안'이란 "우리사회에서 그때그때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 '현안'을 회피하지 않고 팩트에 근거해 취재를 이어나간다면 신뢰도는 따라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 김 후보는 KBS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필수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좋은 곤텐츠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며 "고품격 다큐 제작을 중단없이 지속할 것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형 다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현안을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고품격 다큐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옥 "KBS의 신뢰도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정옥 후보는 KBS가 장기파업의 대가를 치르고도 여전히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청자의 목소리를 듣고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정책설명회를 시작하며 "여러분은 KBS의 변화를 진정 느끼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KBS가 지난해와 올해에 거쳐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장기 파업을 했지만, 이후 시청률, 신뢰도, 경영수지 등의 지표가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이다.

이 후보는 뉴스신뢰도 영향력 변화를 조사한 시사저널의 설문조사 결과와 KBS '뉴스9'의 시청률 변화 등을 언급하며 "프로그램으로 보여줘야 한다. 현장의 제작 자율성과 시민가치가 부합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청자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여론조사 등을 통해 시민의견을 프로그램에 반영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정옥 KBS 사장 후보자 (KBS)

이 후보는 KBS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영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갈등으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징계는 신중하게, 상처는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KBS의 적자 경영을 지적하며 '경영효율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올해 KBS는 연말까지 1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금의 KBS는 신뢰도 위기와 더불어 최악의 적자 상황으로 양대 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들어 엄청난 제작비가 투자됐지만 경쟁력 높이는데 도움이 안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KBS 이사회는 오는 31일 시민자문단 평가 40%, 이사회 평가 60%를 합산해 최종 사장 후보자 1인을 임명제청할 예정이다.

180여명의 시민자문단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비전과 철학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신뢰성 강화방안 ▲KBS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나갈 경영능력과 리더십 및 미래방송 혁신방안 ▲국가기간방송 KBS에 걸맞은 후보자의 도덕성 등 4가지 심사기준으로 후보자들을 평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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