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에 출전한 네 팀 모두 올라가 많은 기대를 모았던 201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결국 성남 일화 한 팀만 4강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성남은 수원 삼성과의 'K-리그 마계대전 더비'에서 1차전 4-1 대승을 거둔 뒤 2차전 0-2 패배로 2경기 종합 1승 1패, 득점4, 실점3의 성적을 거두며 득실차로 4강에 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성남이 4강에 오른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3년 만의 일입니다. 반면 '아시아 최강'을 노렸던 수원이 탈락한 데 이어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 포항과 K-리그 챔피언 전북이 각각 조브 아한(이란), 알 샤밥(사우디) 등 중동 모래 바람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K-리그에서는 성남 일화가 'K-리그 대표'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장을 던지게 됐습니다.

사실 이번에 출전한 네 팀 가운데 가장 우승 확률을 낮게 봤던 팀은 바로 성남 일화였습니다. 지난해 신태용 감독의 '무전기 매직'으로 리그 2위, FA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던 데다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기도 힘들어 보일 만큼 빈약한 스쿼드 때문에 '16강에 올라가면 잘 한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성남은 경험 많은 젊은 감독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 아래 선수들의 똘똘 뭉친 조직력과 의지를 앞세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결국 지난해 FA컵에서 자신을 무너뜨렸던 수원을 딛고 올라서며 3년 만에 4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해낼 수 있었습니다.

▲ 7월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쏘나타 K리그 2010 울산 현대와 성남 일화의 경기에서 이긴 성남 일화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 하면 'K-리그 명문 구단', '호화 군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팀입니다. 전신인 천안 일화부터 시작해 김학범 감독이 이끌던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K-리그를 잇따라 제패한 데에는 감독의 역량과 기량 좋은 선수들의 기량이 한데 어우러졌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성남은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성남은 이전에 있었던 호화 멤버로 우승했다기보다는 선수들의 전반적인 투지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심각해져서 김정우, 이호, 장학영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군입대, 해외 진출 등으로 빠져나가 신인급 선수들로만 시즌을 운영해 나가는 이른바 '고난의 시기'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성남이 우승권에서 놀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고 당연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 수원, 포항 등에 비해 관심도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성남에게는 신태용 감독과 투지 넘치는 신인들이 있었습니다. '성남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한국판 과르디올라'를 꿈꾸던 신태용 감독은 보다 안정된 지도력과 변화무쌍한 리더십을 앞세워 2년차에도 우승권 전력으로 팀을 키워내 주목받았습니다. 신태용 감독의 리더십 속에 이름도 많이 들어보지 못했던 신진급 선수들은 보다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축구를 선보이면서 매 경기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몰리나, 라돈치치 등 K-리그에 완전히 적응한 외국인 선수들의 선전까지 더해지면서 예전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는 팀으로 각광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실을 받아들이며 똘똘 뭉친 성남은 '좋은 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특징을 갖춰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욱 끈끈하고 내용 있는 경기를 더 많이 펼치는 팀으로 거듭나면서 변함없이 우승권 전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개편 이후 단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당당히 4강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스쿼드가 얇아 11명 고정으로 팀을 운영해서 체력적으로 힘든 면이 많았던 올 시즌 성남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뭔가 성과를 내고 끝나기를 바랄 것입니다. 특히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통해 성남은 명문 구단으로서의 명성을 회복하고 그토록 원했던 '아시아 대표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살려내면서 보다 나은 여건에서 내년 시즌을 맞이하고픈 마음이 강할 것입니다. 이미 그들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차례 좌절을 맛본 적이 있어 '삼세번' 만에 목표를 달성해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성남은 지난 2004년 결승에서 알 이티하드에 1차전 원정을 3-1로 이기고도 2차전 홈에서 0-5로 대패해 역사에 남을 치욕을 맛봤습니다. 이어 2007년 준결승에서는 일본의 우라와 레즈와 1,2차전 모두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 돌파하면서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성남이 좋든 싫든 우리 축구팬들은 그들의 '고난 속 도전'에 관심을 갖고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번 멤버로 우승에 성공한다면 성남은 이전 우승팀보다 더 드라마틱한 우승을 차지하며 그야말로 혁명 같은 우승 신화를 창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해 '파리아스 매직'만큼이나 더 기적과 같은 '신태용 성남 매직'의 화려한 해피 엔딩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