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되면 방송에서는 다양한 특집들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시간대에 방송되는 특집이니만큼,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많이 보이는 것이 명절 특집 방송의 특징입니다. 명절에 빠질 수 없는 것은 전통이라 불리는 것들이지요.

아이돌 트로트 대결, 3초 가수의 설움을 벗었다

MBC에서 추석날 저녁 시간에 준비한 특집은 아이돌과 트로트의 결합이었습니다. 대세인 아이돌과 어른들이 좋아하는 트로트의 결합은 무척이나 식상하지만 효과적인 틀임은 분명합니다. 이를 어떤 식으로 녹여내 재미있게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일 뿐이지요.

청팀과 백팀으로 나눠서 진행된 방식은 지금은 사라진 운동회의 청백전을 연상케 해서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스타들이 나와 그들만의 게임을 하거나 노는 것만으로 특집이라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철저하게 노래로 승부하는 모습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거대해진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문화상품인 아이돌은 이제 음악뿐 아니라 문화 전반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들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고 이런 대단한 경쟁력은 획일적인 아이돌 문화만을 추구하게 만들고, 이는 아이돌 문화의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측면들만 부각시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방송을 중심으로 아이돌만이 지배한 세상은 당연하게 많은 이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이런 상황은 극단적이 아이돌 폄하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실력유무를 떠나 무조건적인 폄하가 대세를 이루고 이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MBC 9시 뉴스에서 보도한 3초 가수였습니다.

9시 뉴스에 방송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높다는 의미이기에 많은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는 없었지요. 이 방송을 통해 아이돌은 노래는 하지 못하는 금붕어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기계음으로만 이뤄진 아이돌 음악은 존재가치도 없다는 듯 이야기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표절이 일상이 되면서 아이돌 문화가 마치 가요계를 완전히 망쳐버린 주범처럼 여겨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추석특집으로 방송되었던 <놀러와-세시봉>은 아이돌과 차별되는 과거로의 회귀를 추구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기계음이 아닌 철저한 아날로그인 그들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아이돌 문화가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측면들도 많지만 모든 것이 부정적일 수는 없지요. 아이돌 문화는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그 넘치는 기운은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 대한민국 아이돌 파워를 부족함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아이돌이라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포미닛의 '몰래한 사랑'과 미쓰에이의 '신사동 그 사람'으로 시작한 그들의 대결 구도는 철저하게 새롭게 탄생한 트로트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아이돌 그룹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트로트 고유의 음색과 기교를 모두 재현해낸 그들의 모습에서 3초 가수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아이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유와 루나가 보여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여자이니까' 무대는 아이돌의 편견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매력이 담겨 있었습니다. 트로트 가수 홍진영과 아이돌 오렌지 캬라멜의 서로 바꿔 부르는 순서는 아이돌과 트로트의 경계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게도 했습니다.

이현의 R&B 스타일로 시작한 '샤방 샤방'과 박현빈이 만들어낸 비의 '널 붙잡을 노래'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돌 전성시대가 되며 모든 특집을 장악한 아이돌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는 온가족이 봐도 좋을 방송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아이돌 스타 트로트 청백전>은 아이돌만을 위한 무대가 아닌 아이돌을 통해 트로트를 색다르게 접해보는 방식으로 익숙함을 통해 낯선 것을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철저하게 노래로 승부하는 그들을 통해 3초 가수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아이돌들에게 숨겨진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수확이 될 듯합니다.

트로트 한 곡 불렀다고 아이돌의 가창력에 대한 의구심이 다 풀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하지만 일방적으로 아이돌 문화만을 비판하는 현실 속에서, 아이돌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가치들은 인정받아야만 합니다. 하나의 사례로 모두를 폄하하기 보다는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겁니다.

문화는 다양해야 합니다. 편중된 문화는 그만큼 쉽게 소모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아이돌만이 전부가 아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느 한 쪽의 책임이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겠지요. 아이돌이 트로트를 부르고 트로트 가수가 아이돌 노래를 부르듯, 서로의 문화를 즐길 수 있다면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요.

천편일률적이었던 아이돌이 전부인 추석 특집에서 <아이돌 스타 트로트 청백전>은 가장 돋보였던 방송이었습니다.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대중들을 상대하는 방송의 변화는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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