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신문법을 폐지하고 신문방송 겸영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언론계의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또 언론 자율성과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법 폐지와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찬성하고 있는 보수 신문들의 보도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8일 "언론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미디어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신문법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화하는 언론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신문방송의 겸영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체계의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신문지원기관을 통폐합하는 내용 등을 대체입법을 통해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문법을 근거로 한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은 대체입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존폐 여부가 결정된다.

▲ 조선일보 1월 9일자
그러나 신문방송 겸영 금지, 신문발전위원회·신문유통원, 지역신문발전지원법 등 '여론 다양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조차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폐지'와 '규제완화' 등으로 추진되는 것에 대해 언론현업단체와 언론단체들은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8일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신문시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몇몇 족벌신문의 독과점 구조이고, 거대신문들은 불법·탈법 경품과 무가지, 사실상의 구독료 담합, 권력지향적인 논조 등을 앞세워 신문시장을 장악했다"며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은 자율능력을 스스로 상실한 신문산업을 정상화하고 여론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의 조치"라고 반박했다.

언론노조는 최근 중앙리서치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007년 신문시장 실태조사 최종 용역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최근 1년 사이 신문을 새로 구독한 1천명 가운데 경품을 제공받았다는 비율이 34.7%에 이르고 구독료 면제는 62.2%였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에 대해서도 "신문방송 겸영이 신문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 장담할 수 없고 사실상 방송을 겸영할 수 있는 신문사가 몇 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여론 독과점만 부추기는 부작용만 낳을 수 있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조선일보 1월 8일자 사설
한편 보수 신문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신문법 폐지 공약이 신속하게 대체 입법으로 현실화돼야 한다며 강력한 여론 몰이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8일자 사설에서 "신문법을 당장 폐기하고 친정권 인사들의 밥벌이나 시켜주며 국민 세금을 낭비해왔던 신문발전위와 신문유통원은 즉시 문을 닫게 해야 한다"며 "신문법의 대체입법은 신문사 등록 절차와 발행 요건 등만 최소한으로 규정하는 절차법으로 족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9일 <"미디어융합은 세계 트렌드"> 기사에서 "신문방송 겸영 금지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지 않고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일간신문의 지상파 진출 허용 여부, 보도채널이나 종합편성 채널 진출 허용 여부, 전면 허용 또는 제한적 지분 소유 허용 여부 등 앞으로 제시될 구체적 완화책의 내용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는 8일 논평을 내고 "문화관광부가 신문법 관련 대체입법안을 들고 나오자 조선일보를 필두로 족벌신문과 새 정부에 아부하는 기회주의 신문들이 기다렸다는 듯 '꽹과리와 북'을 쳐대고 있다"며 "족벌신문이 신문법을 폐지하기 위해 이토록 날뛰는 사연이야 말로 지극히 단순하다. 현행 신문법을 정점으로 구축되어 있는 신문기업의 여론독과점 방지, 투명성 확보, 불법판매방지 시스템들이 바로 그들에게는 아귀지옥이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신문이라는 미디어가 신뢰를 잃는 이유는 불법경품, 끼워 팔기, 무가지를 동원해 닥치는 대로 신문고시를 위반하며 신문시장을 독과점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는가"라며 "올바른 여론형성에 기여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여론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명박 당선자가 공약한 '언론의 자율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이 같은 신문에 당장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우려했던 "언론 다양성과 공공성의 실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들의 공동 대응도 가시화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시민연대'(가칭)를 결성할 예정이고, 언론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에 '신자유주의 적, 공공부문 구조개혁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설치해 공공연맹, 전교조, 공무원노조, 사무금융연맹 등 공공부문 노조와 대규모 연대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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