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박근혜 정부와 결탁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보도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이 정부나 법원과 결탁해 특정 여론을 만들어내는 이런 식의 결탁은 없어져야 한다"고 작심비판했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주민 의원은 "어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가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에 기사를 청탁해서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압박한 정황이 담긴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보도됐다"며 "정찬우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 2015년 2월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다. 기획기사로 세게 도와주기로 했고, 관련 자료를 이 모 씨에게 이미 넘겼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조선일보, 박근혜 정부 사주의 한국은행 금리인하 압박 의혹)

박주민 의원은 "실제 조선일보는 이 기자의 이름으로 2015년 3월 2일과 3일에 걸쳐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한국은행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연속기사를 내보냈다"며 "언론이 정부나 법원과 결탁해 특정 여론을 만들어내는 이런 식의 결탁은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1일 KBS는 <"조선일보가 세게 도와줘"…朴 정부, 한은 '금리 인하' 개입> 리포트에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안 전 수석의 휴대폰에는 2015년 2월 11일 정찬우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 보낸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슴다. 기획기사로 쎄게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필요한 자료 이OO에게 이미 넘겼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다. 메시지에 등장한 '강효상 선배'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으로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이었다.

2015년 3월 3일에는 정찬우 당시 부위원장이 안종범 수석에게 "형님 조선이 약속대로 도와줬으니 한은이 금리 50bp 내리도록 서별관 회의 열어서 말씀 하셔야 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조선일보는 2015년 3월 2~3일에 관련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박주민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조선일보의 유착 의혹도 거론했다. 박 의원은 "법원행정처 문건 410건 중에 문서 제목에서만 조선일보가 거론된 것이 9건"이라며 "이 문건 곳곳에서는 양승태 법원행정처의 표현에 따르면 '최고 유력 언론사인 조선일보를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동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전했다.(관련기사 ▶ 조선일보, 양승태 상고법원 추진 '홍보담당'?)

박주민 의원은 "문건에 나온 내용이 실제로 조선일보에 게재되기도 했다"며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칼럼 내용이 2015년 4월 13일 조선일보에 울산대 오연천 총장의 이름으로 그대로 실린 것 등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오 총장은 검찰조사에서 법원행정처의 요청으로 칼럼이 게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박주민 의원은 "2015년 2월 6일 이진강 전 대한변협 회장의 요청으로 상고법원의 필요성 관련 칼럼이 실리는데, 그 사흘 전에 양승태 법원행정처에서 만들었던 조선일보 칼럼이라는 글과 유사한 내용이었다"며 "이 전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법원행정처 요청으로 칼럼을 싣기로 했는데 법원행정처가 보내 온 글이 마음에 안 들어 고쳤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법원행정처가 조선일보와 결탁해 상고법원에 대해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자 했다는 의혹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근거로 조선일보의 신뢰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지난 9월 시사IN이 발표한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조선일보는 20.5%의 불신율로 불신매체 1위에 올라섰고 2위는 TV조선이었다"고 꼬집었다.

박주민 의원은 "조선일보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면 조선일보는 비판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입을 막았다"며 "고 장자연 사건 때도 그렇고 사법농단 문건에서 조선일보가 거론됐을 때도 그랬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민이 조선일보에게 원하는 것은 이런 식의 대응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것"이라며 "진실로 최고의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9월 24일 박주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의 '통일이 미래다' 시리즈 기사들의 제목을 모아 게재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외쳤던 지난 2015년 통일이 가져다줄 경제효과 등을 집중 분석했었다.(관련기사 ▶ 조선일보, 2014년엔 '통일대박'·2018년엔 '통일쪽박')

박주민 의원은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과는 매우 달라진 남북관계에 대한 보도태도를 지닌 매체가 있다. 그런데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듯"이라고 조선일보를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