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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자들 대체 왜 그러는 거야?'[도우리의 미러볼] KBS스페셜 '2018 여성, 거리에서 외치다' 리뷰
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8.10.19 15:15

[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2018년, 대한민국의 거리는 유독 뜨거웠다. 강남에서 '상의 탈의'를 한 여성들의 당당한 목소리와 광화문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던 여성들의 '미투(#MeToo)' 외침, ‘페미니스트’를 슬로건으로 내건 시장 후보의 유세까지. 하지만 이 외침들만큼이나 ‘요즘 여자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너무 남녀갈등 조장하는 거 아니야?’라는 반발도 만만찮았다.

<KBS스페셜 - 2018 여성, 거리에서 외치다> 편은 상의 탈의 시위를 벌인 이가현 불꽃페미액션 운동가, ‘미투’ 고발로 회사와 싸우고 있는 최인영 씨,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나 여성들이 무엇을 위해 그토록 외치고 있는지 조명했다.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KBS스페셜 '2018 여성, 거리에서 외치다'편

2018년 6월 2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 코리아 앞에서 20대 여성들이 상의 탈의를 하며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꽃페미액션 측이 페이스북에 올린 상의 탈의 퍼포먼스 사진이 ‘음란물’로 규정돼 삭제되자 이에 분노해 기획한 시위였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이가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는 “왜 여성의 나체는 무조건 음란물이냐, 맥락과 상관없이. 그거는 말이 안 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 특히 가슴은 섹시하게 드러내되 정숙하게 감춰야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남성의 상의 탈의는 거의 문제되지 않지만, 여성의 몸은 무조건 음란한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특히 가현 씨는 이 시위를 통해 “내 몸을 불법 촬영물로 만드는 사회에 대해 내 몸이 음란물이 아니다, 그렇게 소비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뉴욕시에서는 이미 오랜 사회적 논쟁과 합의를 통해 1992년부터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상의 탈의를 합법화했고, 현재 미국에서는 50개 주 중 33개 주에서 상의 탈의는 합법이다.

우리는 왜 남성과 여성의 가슴을 다르게 인식하는 걸까.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말처럼, 여성은 어릴 때부터 ‘여자는 모름지기 조신해야 한다’며 여자다움을 강요받고 이를 잘 따르도록 학습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평등한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이런 시선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16년 5월, 강남역 공중화장실 살인사건은 이러한 여성들에게 결정적인 사건이 된다.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벌어진 강남역 살인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두려움을 현실로 맞닥뜨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더 이상 ‘조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씨도 취업 준비를 멈추고 운동가로 뛰어든 계기가 됐다. 

가현 씨는 페미니즘 운동을 두고 ‘그런 과격한 행동을 해서 여성 혐오를 부추기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질문에 대해 “생각을 아예 하고 있지 않던 사람이 어떤 충격적인 사진, 어떤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면서 그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 자체가 진보 아니겠느냐”며 “뭐든지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은 과격하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성폭력 없는 일터를 원한다”

KBS스페셜 '2018 여성, 거리에서 외치다'편

2018년 3월 27일. 서지현 검사의 ‘미투’에 이어 또 한 명의 여성이 용기를 냈다. 최인영 씨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3월부터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해 온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고발했다.

‘일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던’ 인영 씨는 새롭고 다양한 일을 하기 위해 과장급 실무자로 이직을 했다. 하지만 새 직장에서는 인영 씨를 실제보다 훨씬 어리고 미숙한 여성으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다. 업무를 하는 사람이 아닌 보조적인 역할만 주어지는 ‘여직원’, 계속 분위기를 띄우는 ‘사무실의 꽃’이 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영 씨는 “여자 직원을 소재로 분위기를 띄우고 성적인 농담을 하면서 그렇게 대접받는 것들이 너무 모멸감이 느껴졌다”며 “그러면서도 성희롱을 당할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것이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 78.4%(여성가족부, 2015)

인영 씨는 자신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회사에 알렸지만 사측은 오히려 최 씨에게 퇴사를 권고했다. 이후 인영 씨는 자신이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지만 그때마다 피해 사실을 설명하고 인정받아야 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인영 씨처럼 대부분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뒷감당은 오로지 피해자의 몫이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기업 전체 임원 중 여성 2.7%(여성가족부, 2016)
우리나라 유리천장 지수 6년 연속 꼴찌(이코노미스트, 2018)

인영 씨는 “만약 이 사람(여성)이 끝까지 남아서 책임 있는 자리로 가서, 본인이 잘못하면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성희롱을 못 한다”고 말했다. 이 사회가 여성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가에 따라 여성의 역할과 처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영 씨는 “심적으로는 너무 힘들어요. 이걸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그런데 그냥 해야 되는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서, 조금씩 나아질 거로 생각하니까 (계속 싸워나간다)”고 말했다. 이는 인영 씨만의 생각이 아니다. 2018년 3월, 광화문 광장에서는 2018분 동안 성폭력 피해 이어 말하기 필리버스터가 열렸다. 이곳에서 더 이상 성폭력에 대해 침묵이 관행이 되지 않도록, 미투 고발한 여성의 용기가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200여 명의 여성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나누고 연대했다.

"성차별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KBS스페셜 '2018 여성, 거리에서 외치다'편

2018년 제7회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8만 3천여 표를 얻으며 최종 득표율 4위를 기록했다.

지예 씨는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부터 검은 시위(낙태죄 시위), ‘미투’ 운동 등 우리 사회 여성들의 목소리를 법과 제도로 연결시키기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성 정치인은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앞세운 신 씨와 달리 ‘호남의 딸’, ‘영남의 맏며느리’, ‘똑순이’로 호명 받았다. 지예 씨는 “(여성 정치인은)살림을 잘하는 것처럼 지역 살림 잘하겠다, 주부로서의 여성을 강조하는 이미지가 굉장히 많이 소비되고 확실히 파급력이 있다”며 “저는 이번 선거에서 그런 것들을 다 덜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면을 똑바로 응시한, 당당한 포즈의 선거 포스터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서울 전 지역에서만 30곳 정도의 벽보가 눈 부분이 찢어지는 등 훼손됐기 때문이다. 지예 씨는 “벽보가 시건방지다’라는 평을 받기도 했었는데, ‘1920년대 모더니즘 느낌이라는 것이 뭘까?’ (생각해서) 찾아보니 나혜석 작가가 그리셨던 자화상(1929년 추정)이 있었다”며 “(그 자화상이) 웃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정확하게 응시하고 있거든요, 정면으로. 나혜석 작가가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들으셨거든요 ‘저 계집 참 건방지다.’ 그때의 흐름이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 이어져 오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남녀 국회의원 비율 83:17
세계 193개국 중 여성 의원 비율 116위(국제의원연맹, 2017)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에 여성 정치인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투표한 모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신지예 씨가 1등으로 당선됐다. 이는 다음 세대가 사회와 정치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전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새 길을 내기 위한 움직임”

KBS스페셜 '2018 여성, 거리에서 외치다'편

거리에 나온 여성들에 대해 이나영 중앙대학교 교수는 “여성이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으로 인해서 끊임없이 낮은 지위가 되고, 그것 때문에 무시당하고 배제당하고 폭력의 대상이 되고 폭력이 심지어 정당화되고, 다시 낮은 지위로 떨어지는 이 상황에 대해 (여성들이) 정확히 인지하고 거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각종 포털사이트에 ‘길거리’를 검색하면, 불특정 여성들의 뒷모습과 몰래 촬영한 사진들로 가득하다. 이처럼 그동안 ‘길거리’는 여성들에게 ‘길’이 아니었다. 혼자서는 밤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고, 무시로 신체를 훑어내리는 시선 및 ‘바바리맨’과 불법촬영의 위협을 감당해야 하고, ‘여자가 담배 피운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하는 곳이었다. 

결국 여성들이 거리에서 외치기 시작한 것은, 불법 촬영으로 밀실도 빼앗기고 유리천장으로 광장도 주어지지 못했던 여성들이 ‘새로운 길’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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