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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정직성 갖고 시민에게 믿음 구해야"[인터뷰] 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10.11 09:52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겸 편집인인 세르주 알리미(Serge Halimi)가 지난 8일 방한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1954년 프랑스의 유력지 르몽드의 자매지로 창간된 월간지로 세계 37개 국가에서 발행된다. 국제,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지식인들이 토론하는 매체다. ‘세계를 보는 창’이라 불리며, 주류 시각인 미국 관점을 벗어나 제3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기사 ▶ [이 언론이 사는 법] 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 10주년을 맞아 특별대담·강연 등을 개최한다. 10일에는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11일 오후 4시 30분에는 경희대에서 '문명사적 전환과 지성인의 역할'을 주제로 조인원 경희대 총장과 대담을 진행하고, 12일 오후 1시에는 한국외국어대에서 '미디어와 자본' 강연을 할 예정이다.

미디어스는 8일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을 만나 한국의 언론과 가짜뉴스, 신뢰도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르주 알리미는 "언론인 스스로가 정직해져야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다"면서 "시민에게 믿음을 구하고 다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과의 일문 일답이다.

▲미디어스와 인터뷰 중인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 (사진=미디어스)

Q.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국제 이슈를 주로 취재하고, 프랑스 국내 언론이 다루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기사를 쓰기도 하는 진보적 성향의 언론이다. 1954년에 창간됐고, 아직까지 영향력 있는 발행 부수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의 수익 중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정말 낮다. 1% 정도다. 그러므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취재를 할 수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취재가 가능하다. 회사 매출과 상관없는 글쓰기가 가능한 언론사다.

Q. 한국에선 '가짜 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프랑스는 어떤가

A. 언론계 종사자들은 가짜 뉴스(Fake news) 문제가 대두되기 전부터 많은 비판을 해왔다. 가짜 뉴스 문제는 언론사에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풍부하고 큰 명성을 가진 주류 언론사도 종종 거짓말이 담긴 뉴스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걸프전, 이라크전과 같은 국제분쟁이나 노동자 이슈와 관련해서 주류 언론사들은 가짜 뉴스를 만들어왔다. 다만 그 당시엔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호칭이 없었다.

가짜 뉴스 문제는 주류 언론사가 정보를 더 이상 독점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뉴욕타임스의 예를 들 수 있다. 2003년 발생한 이라크전쟁에서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걱정스러운 기사를 많이 썼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말이다. 그런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이게 지금의 가짜 뉴스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사실 언론사가 말하는 정보는 진실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바쁠 뿐,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Q. 언론 신뢰도는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A. 언론 신뢰도 문제는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미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많은 사람은 기자를 믿지 않는다. 믿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자들은 사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해왔다. 방금 말한 전쟁의 예시가 그렇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지한 전쟁이 허황된 약속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그것도 나중에 언론을 통해서 말이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가졌던 생각과 현실 사이의 차이점을 언론에서 발견하게 된다. 시민들은 “전쟁·사회 이슈와 관련해서 거짓말을 했던 기자들인데,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자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확신은 없다. 그런 이유로 인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사회 주류와는 다른 시각을 가지거나 옹호하는 언론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주류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언론사 사업이 붕괴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언론사가 망하거나 기업체로 변하고, 정치적인 색을 보이는 곳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언론의 시각이 주류의 방향만으로 바뀌게 되면서 시민은 언론을 보지 않는 것이다.

Q. 언론 신뢰도 회복을 위한 해결책은 뭔가

A. 개별 기자들이 정직하게 일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또 사람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기자들이 알아차려야 한다. 나는 시민들에게 단순히 “언론을 믿어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언론을 신뢰하지 않을 땐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

난 민주주의와 시민을 믿는다. 민주주의와 시민 사이의 관계가 작동하려면 중간에서 정보가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 물론, 많은 정보가 오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아주고, 진실을 말해주는 언론인이 꼭 필요하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마다 주관적일 수 있다. 나에겐 진실일 수 있지만,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시민에게 언론은 절대적인 진실을 이야기하는 집단이 아니다. 다만 정직해져야 한다. 정직성을 가지고 시민에게 믿음을 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의 이윤이나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지 말고 언론사 고유의 시각을 통해 기사를 써야 한다.

Q. 한국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A. 한국 언론은 흥미로운 순간에 처해있다. 한국 기자들은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물론 미국은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평화 외교 과정을 취재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한국에 관심이 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한국 기자는 이 모든 과정을 잘 이해하고 많은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국의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일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또 남북미 각 국가의 사회 분위기에 대해 분석을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대단한 순간이다. 한반도 문제는 세계인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일반 연성뉴스뿐 아니라 한반도의 문제를 알고 싶어 하는 독자가 정말 많다. 한국의 언론인이 이러한 점을 고려해 취재에 나서줬으면 한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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