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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빕 맥그리거 완승 후 도발 쇼 비즈니스 민낯까지 드러났다[미디어비평] 스포츠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스포토리 | 승인 2018.10.08 16:49

하빕과 맥그리거의 UFC 경기는 시작 전부터 격투 팬들이 관심을 가졌던 경기였다. 앙숙이었던 두 스타 격투 선수들이 싸우면 과연 누가 승자가 될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기 자체는 실망이었다. 말만 앞세웠던 맥그리거는 한 번도 우위를 잡아보지 못하고 하빕에 완패했다.

종교 국가 조롱에 분노한 하빕의 장외전 미국 중심 쇼 비즈니스의 한계

맥그리거는 하빕의 상대가 아니었다. 같은 나이에 격투 스타인 두 선수는 언젠가 붙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하늘 아래 최강자는 둘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최고를 가리는 경기는 분명 필요했다. 그리고 치러진 경기는 너무 손쉽게 하빕의 완승으로 끝났다.

첫 라운드부터 마지막 탭으로 서브미션 승리를 얻는 과정까지 맥그리거가 지배한 라운드가 하나도 없었다. 레슬링을 해왔던 하빕이 그라운드로 나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스탠딩 타격전에서도 맥그리거는 하빕을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실력차가 엄청났다.

맥그리거에게 돌진하는 누르마고메도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두 선수가 라이벌이라고 이야기될 수 있었다는 것이 기괴할 정도다. 기본적으로 힘에서 맥그리거는 하빕에게 완전히 밀렸다. 그라운드를 노리는 선수를 기교와 힘으로 막아 자신이 유리한 방식으로 이끄는 것 역시 유능한 선수의 몫이다. 하지만 기본 힘에서 균형이 깨지면 이런 승부도 어렵다.

타격전도 그라운드에서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맥그리거는 초크에 걸려 탭을 치며 경기를 포기했다. 맥그리거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실없이 웃으며 자신의 패배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이상 맥그리거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옥타곤에 오르기 전까지는 맥그리거의 완승처럼 여겨졌다. 지난 4월 있었던 황당한 버스 테러 사건에서도 맥그리거는 감옥행은 면했다. 자기 패거리들을 몰고 와 하빕이 타고 있던 버스 유리창을 깨 다른 선수들에게 부상을 입힌 맥그리거의 행동은 비난을 받아 마땅했다.

이후 맥그리거의 도발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무슬림에 러시아 연방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인 하빕에 대한 맥그리거의 노골적인 조롱과 공격은 도를 넘어섰다. 하빕이 과격 무슬림도 아니다. 러시아 독재자와 친하다는 식의 발언 역시 아일랜드 출신 맥그리거의 공격용 발언에 불과하다.

명확한 사실 여부보다는 경기 전 상대를 흔들려는 전술로 온갖 발언들을 다했지만 맥그리거의 실체는 민망할 수준이었다. 경기 직전까지 상대를 압도했던 입은 옥타곤 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조용하게 경기를 준비한 하빕은 실력으로 우위를 증명했다.

문제는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한 후였다. 여유롭게 말로 맥그리거와 패거리들에게 분노를 이야기하면 그날 경기는 최고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분노를 삭히던 하빕은 맥그리거를 완벽하게 눕힌 후 더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경기장 밖에 있었던 맥그리거의 스파링 파트너를 찾아 주먹을 날렸기 때문이다.

맥그리거와 함께 자신과 국가, 아버지를 조롱한 자에 대한 응징이 단순히 관객 폭행 정도로 치부되기는 어려웠다. 하빕이 링을 넘어서는 순간 하빕의 스태프들은 링 위에 올라 맥그리거에게 다시 한 번 강력한 펀치들을 날렸다. UFC가 완전히 싸움판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격투 팬들이라면 해봤을 법하다. 온갖 무술을 익힌 이들이 옥타곤에서 펼치는 격투는 자칫 그 이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오랜 시간 감정싸움이 심했던 이들은 결국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하빕은 챔피언 벨트를 차지 못하고 경찰서로 향해야 했다. 챔피언 벨트를 채워주지 않은 화이트 UFC 회장은 자신이 하빕에게 벨트를 줬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 주장했다. 무법천지가 된 상황 속 관객까지 흥분한 상태에서 어쩌면 당연한 조처였을지도 모른다.

패배 뒤 떠나는 맥그리거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맥그리거가 퇴장할 때와 달리 하빕이 퇴장할 때 쓰레기들이 날아드는 모습을 보면 화이트의 행동에 정당성이 부여된다. 미국의 극우주의 정책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적들을 만들고 그들을 향해 분노를 키워가는 정책은 미국인들의 의식마저 지배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적인 러시아 출신에 무슬림이라는 종교적 문제는 하빕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그 자체가 적인 상대가 우군인 백인 아일랜드 스타 선수를 무참하게 미국에서 짓밟은 이 사건에 분노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룰을 어기고 링 밖으로 나가 격투까지 한 상태는 관중까지 분노하게 했다.

"UFC와 라스베이거스에 유감이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전부터 끊임없이 내 종교, 나라, 팀 등을 무시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왜 그런 점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내가 무례했다고만 하는지 나도 유감스럽다"

경기 후 하빕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맥그리거의 행동에 UFC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결국 그런 방관이 사태를 키웠다는 하빕의 주장이다. 하빕으로서는 충분히 주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맥그리거의 도를 넘는 발언들에 사전 주의를 주고 더는 그런 발언을 할 수 없도록 조처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빕 사태는 UFC가 조장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슬림 전체를 우롱하고 러시아 국가를 독재로 조롱하는 행위가 정당하다고 봤다면 UFC는 앞으로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도를 넘은 발언들이 만든 UFC의 민낯은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쇼 비즈니스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 중심의 쇼 비즈니스에서 미국에서 먹힐 수 있는 스타는 소중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방인들은 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더욱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합리적이란 판단이 만든 결과로 다가온다.

하빕이 룰을 어기고 링 밖에서 분노를 표출한 것은 잘못이지만, 맥그리거의 행동이 합리화될 수 있는 그 무엇도 찾을 수는 없다. 입만 바빴던 맥그리거는 하빕에게 완패를 당했다. 프로 복싱에 이어 UFC 역시 쇼 비즈니스에만 집착하며 팬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빕과 맥그리거 사태는 UFC의 다음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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