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 과제를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까지 설치해야 하는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이 불투명하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는 지난 5일까지 선거구획정위원 명단을 의결해 선관위에 통보했어야 했지만, 정개특위 구성 지연으로 무산됐다. 명백한 위법사항이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자유한국당이 정의당의 정개특위 제외를 주장하면서 위원 명단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직할정당인 정의당이 도를 넘고 있다"며 정개특위 제외를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분명히 교섭단체가 아니다"라며 "자신들만의 입장을 가지고 국회를 좌지우지하려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비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에 정의당은 김동균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회 정개특위 명단을 아직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쓸데없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김성태 원내대표는 잔말말고 자유한국당의 정개특위 명단이나 즉각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7월 국회는 정개특위를 비롯한 6개 특위 구성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정개특위는 민주당 9명, 자유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1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위원장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맡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함께 구성한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노회찬 전 의원이 드루킹 김동원 씨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교섭단체 구성 요건에 1석이 부족해졌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정의당은 교섭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정개특위에서 빠져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며 위원명단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등 원내정당들은 자유한국당의 정개특위 명단 제출을 촉구하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개특위는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배려했던 것"이라며 "특위 구성의 합의사항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조속히 특위가 구성돼 활동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개특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도 난항을 겪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총선 1년 6개월 전인 오는 15일까지 설치돼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4조 1항은 "국회의원지역선거구의 공정한 획정을 위하여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 전 18개월부터 해당 국회의원선거에 적용되는 국회의원지역선거구의 명칭과 그 구역이 확정되어 효력을 발생하는 날까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회는 선거구획정위원 명단을 선관위에 지난 5일까지 제출했어야 했다. 공직선거법 제24조 4항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 또는 선거구획정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특별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 지명하는 1명과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정당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 중 8명을 의결로 선정하여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일 전 10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법에 규정된 기한을 넘겼다. 국회가 위법을 저질렀단 얘기다.

지난 2015년 국회는 총선이 실시되는 때마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 획정이 지연돼 선거관리에 차질을 빚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관위에 두도록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개정안의 첫 적용부터 위법이 발생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10월 15일까지 2020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획정위가 설치돼야 하고, 10일 전에 국회가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며 "이미 법정시한을 넘어섰다. 위법 사항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공동대표는 "법적시한을 넘긴 것은 정개특위 구성이 되지 않아서고, 그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며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