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의 언론 신뢰도 회복을 위해 퇴출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선순환 시스템이 없어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으로, 한국 언론 신뢰도는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4일 ‘언론 신뢰도 꼴찌, 탈출할 길은 없나’ 토론회에서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언론 신뢰도 회복의 방법으로 언론사 퇴출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관후 위원은 “정치에서는 특정 집단이 계속 집권한다면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신뢰도가 낮은 정치인과 정당을 퇴출하고 양질의 정치 자원을 끌어들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관후 위원은 “언론의 문제는 기존 매체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데 퇴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 신뢰도(37개국) 지표. 맨 오른쪽이 한국이다 (사진=Digital News Report 2018)

실제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Digital News Report 2018’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37개 조사 대상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언론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관후 위원은 “선순환 시스템이 없다면 언론사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관후 위원은 “일부 언론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의 편을 들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언론사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만약 권력의 편을 드는 행동이 언론사의 존폐를 결정짓는다면 과거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언론 신뢰도가 개선되고 있다거나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면서 “뉴스를 이용하는 수용자, 즉 시민에게서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언론의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낮은 언론 신뢰도의 원인으로 ▲저널리즘 관행 ▲법·정책·제도 ▲소유 구조 등을 꼽았다. 김위근 위원은 “사생활 침해·상업적 보도·트래픽 경쟁·베껴 쓰기·개인 비리 등이 언론 신뢰도를 감소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위근 위원은 “권력으로부터 언론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언론이 사주를 비롯한 소유 구조 요인에서 독립할 수 있는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권력에 대한 굴종이 언론 신뢰도 하락을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언론 신뢰도 하락의 이유는 권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세계일보의 십상시 특종 때 언론은 뭘 했는가”라면서 “언론은 권력 앞에 무릎 꿇었고 국민은 그걸 정확하게 간파했다”고 설명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응원 가면을 김일성 사진이라고 보도한 노컷뉴스 (사진=노컷뉴스 뉴스화면 캡쳐)

김환균 위원장은 “현재 저널리스트의 기본이 무너졌다”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일성 사진 논란 같은 경우 사실 확인만 했다면 생기지 않을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프로답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언론 신뢰도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본을 갖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무 저널리즘위원회 위원(전 한겨레 대표이사)은 “현재 언론은 치료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환자 같다”면서 “뭐가 문제인지는 다 알지만, 현실에서는 그 고민이 구현되지 않는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것 알고 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영무 위원은 언론인의 인식 개선을 위해 현업 기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자를 맡은 박영상 저널리즘위원회 위원장은 “(언론 신뢰도를 회복시킬) 당장의 직접적인 해결책은 없다”면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상 위원장은 “언론 신뢰도는 개인·제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면서 “현직에 있는 언론인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론 신뢰도 꼴찌, 탈출할 길은 없나’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이번 토론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4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사회는 박영상 저널리즘위원회 위원장(한양대 명예교수)이, 발제는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강명구 서울대 언론학 교수·권오용 효성그룹 홍보총괄 상임고문·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백선민 고려대 졸업생·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정영무 저널리즘위원회 위원(전 한겨레 대표이사) 등이 참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