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이 '고액 배당금', '이익잉여금 1조원' 등 사주를 비판하는 내용을 노보에 싣자 사측이 임금협상을 거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올해 1월 임금협상안을 내놓고 사측에 협상을 촉구해왔지만 사측은 현재까지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1일 노보 1면에 <성역 비판했다고 임금협상 거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 노조가 노보를 통해 고액 배당금과 1조원 규모의 이익잉여금 문제 등 사주를 비판하자 사측이 '성역을 넘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반응을 보이며 노조 임기가 두 달 남짓 남은 현재까지 임금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측은 지난 6월 노조가 공문을 보내지 않아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고 설명, 당시 노조는 곧바로 공문을 보내고 8월에는 노조 위원장이 사장을 직접 찾아가 결단을 촉구했으나 사측은 현재까지도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노조는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무시하고 협상에 임하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법을 따지기 전에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사에서 노보의 비판을 이유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하는 것이 온당한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보의 비판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당당하게 글로써 대응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 노조는 올해 노보를 통해 고액 배당금, 1조원 규모의 이익잉여금 등을 지적하며 경영악화 우려를 이유로 임금인상에 인색한 사주와 사측을 비판해왔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4월 노보에서 지난 10년 동안의 조선일보 재무제표를 분석했다. 노조는 "매출은 2002년을 정점으로 줄어들다가 정체상태이지만 수익은 나빠지지 않았다. 2004년, 2005년 두 자리 수로 떨어졌던 세전 이익은 2006년 이후 세 자리 수로 회복해 최소 200억 원대에서 최대 500억 원대를 오르내리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임금 인상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올해 종이값 인상으로 경영 악화를 우려한다면서도 3월 주총 결과 123억 원을 배당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세전 이익이 2007년 314억 원에서 2017년 347억 원으로 10% 증가했는데 배당은 127%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7년 54억 원이었던 조선일보 주주 배당은 2014년부터 120억 원을 넘겼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8월 노보에서도 조선일보의 이익 잉여금 문제를 지적했다. 노조 분석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이익 잉여금은 2017년을 기준 4908억 원으로 이를 시세로 환산하면 1조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사측이 직원들의 임금을 해를 걸러 인상하고, 하청업체 등에 대한 총인건비를 동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게 노조의 비판이었다.

조선일보 노조는 "노보를 통해 사측에 날선 비판을 하는 것은 일조의 준법투쟁이다. 당연히 알려야할 것들이지만 사측과 타협적 상황에선 쓰기 힘든 것을 거리낌 없이 쓴 것일 뿐"이라며 "노보는 사내 언론이다. 노보 비판을 이유로 사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볼모로 잡고 오기를 부린다면 정상적인 회사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조선일보 노조는 한번 더 사주와 각을 세웠다. 1일 노보에 실린 '언론사 사유화와 세습, 언론자유의 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조는 "올해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얻어낸 것은 별로 없지만 분명하게 밝힌 것은 있다"며 "조선일보 안에 성역은 있고 언론자유는 없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주와 광고주까지 비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언론자유"라며 "기업 중에서도 언론기업은 공적 성격이 강하다. 사적 이해에 휘둘리지 않도록 사주와 광고주로부터 편집권 독립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주가 인사권을 틀어쥐고 장기집권하며 세습까지 하는데 언론자유가 살아있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직장에서 도태될 자유를 각오하지 않는 한 사주의 심기를 거스르는 기자는 나오기 힘들다. 노조라는 공적 조직마저 성역을 침범했다고 패싱당하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라며 "언론사 사유화와 세습이 언론자유의 적이라는 사실을 사측이 스스로 행동으로 입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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