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EBS가 보도·시사·오락프로그램 제작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교육공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지난 7월 종영된 EBS 시사프로그램 '빡치미'의 출연자 정치편향성 논란에서 비롯된 것으로, 프로그램 내용과 관계 없이 특정 프로그램의 출연자 구성만을 문제삼아 EBS의 업무 일부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성태 의원은 27일 EBS가 보도·시사·오락프로그램 제작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교육공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발의에는 과방위 소속 한국당 의원 8명 전원이 참여했다. 김 의원은 "EBS는 교육을 콘텐츠로 하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도 설립 목적과 다른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의 객관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교육 내용 이외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거나 정치적 의견이 개진될 소지가 있는 보도 및 시사프로그램 등의 제작을 금지해야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EBS의 업무를 규정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7조에 '모든 종류의 보도 및 시사, 오락프로그램은 각호의 교육방송 내용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 교육방송공사법의 목적을 담은 1조에 '교육 공영방송으로 설립해 헌법이 정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앞서 지난달 24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는 한국당 소속 위원들 중심으로 EBS의 편향성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한국당은 EBS 시사프로그램 '빡치미'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EBS에 대한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빡치미'에 정부·여당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출연하고 있어 공영방송인 EBS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당시 김성태 의원은 "(EBS가)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 위배는 물론, 정치편향성 방송을 해 교육방송의 본분을 잃었다"며 "올해 예산소위에서 전액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EBS측은 "공사법에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하도록 명시하지 않고 있다. EBS 설립목적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성태 의원의 개정안 발의는 예산 삭감이라는 으름장이 통하지 않자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통신 수석전문위원은 2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EBS는 철저하게 교육목적에 맞춰 방송하려 하는데 오히려 정치권이 EBS를 공격하면서 중립성을 훼손하는 반민주적 처사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청소년들에게 사회이슈는 항상 관심사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빡치미'는 그런 주제를 다뤘고, 이를 단순히 출연자 수를 가지고 편향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라며 "프로그램 내용과 목적을 봐야한다. 내용 어딜 봐도 정치적 내용이 나온 게 없다. 사회 이슈에 대해 청소년들이 어떤 게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되는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수석전문위원은 "이것을 가지고 정치적 목적이 있다며 교육목적에 어긋난다고 매도하는 것은 정치적 도그마에 빠진 생각일 뿐"이라며 "한국당이 이미 정치적으로 경도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안 수석전문위원은 "종합편성채널인 EBS를 교육 PP로 전락시키겠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며 "EBS의 설립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EBS 구성원들도 김 의원의 개정안 발의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유규오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빡치미'출연자 구성비 문제로 출발해 EBS에서 보도·시사·오락프로그램을 원천적으로 하지 말라는 법안까지 발의한 건 말이 안 된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유 지부장은 "EBS에서 교육문화와 관련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은 공익적 측면에서 중요한 것이다. 시사·오락 부문도 타 방송과 달리 교육관련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더 재미있게 전달하는 에듀테인먼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며 "이는 EBS가 당연히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EBS의 미션은 '민주적 교육발전'이다. 학교수업처럼 칠판강의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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