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일곱 번째 한미정상회담, UN 연설 등 문재인 대통령은 바쁘다. 그런 와중에 해외 방문 중 처음으로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폭스뉴스는 미국의 보수층이 주로 시청하는 채널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다지 우호적인 시각은 아닌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것을 몰랐을 리 없는 문 대통령이 굳이 폭스뉴스를 선택한 것은 미국 보수층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언론과 탈북민을 탄압한다는 가짜뉴스 급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한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냐는 질문도 있었다. 질 낮은 질문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이 미국 보수층의 시각이라면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문 대통령이 폭스뉴스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할 터.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뉴욕 파커 호텔에서 폭스(FOX) 뉴스 채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터뷰는 이날 저녁 방영된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백미는 인터뷰어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 통일이냐 비핵화냐”라는 질문에 “평화”라고 대답한 부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먼저 이루어지면 남북 간에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고, 그것은 경제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러면 한국 경제가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넘어서서 러시아, 중국, 유럽까지 북방경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평화가 굳어지면 어느 순간엔가 통일도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그 평화의 선결조건이 비핵화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폭스뉴스의 질문은 우문인 동시에 한국인이 아니라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3자적 시각을 담고 있다. 73년의 단절과 적대 속에 우리가 겪어야만 했던 분단의 비용은 너무도 크고 아팠다. 그 고통을 한반도에 별 관심 없는 외국인이, 그것도 분단에 책임이 있는 미국이 알아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비핵화는 평화의 선결조건이고, 평화가 남북의 번영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통일의 분위기가 자라게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대답은 통일론의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 없는 통일이 무슨 의미이며, 비핵화 없이 어떻게 평화가 가능할 수 있겠는가. 물론 평화는 한국만의 의지와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북한의 변화와 동의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평양 시민들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4.27 판문점선언 이후 많은 보도를 통해 북한의 변화가 전해졌다. 핵과 경제 병진정책을 추진해왔던 북한 정권은 핵을 포기하고 경제 하나에 온몸을 실었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어떻게든 생존해야 하는 주민들은 스스로 장마당 경제를 일궜고, 이제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뿌리가 되었다. 북한은 이제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평화를 위한 북한의 변화는 이미 충분하며 남은 것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인정과 지지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4개월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3번 트럼프 대통령과는 7번을 만났다. 역대 이런 일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혼자 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등과 함께 이룬 역사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김정은과 트럼프는 지구상 가장 적대적인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이 이미 만났고, 이제 곧 또 만날 예정이다.

그 과정에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노력이 컸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실 무뎌져서 그렇지 지난 1년 동안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들은 사실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이 흐름이 어디서 멈추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아직도 분단의 한반도에는 더 많은 기적이 필요하며, 그 기적을 견인할 더 많은 염원과 응원이 필요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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