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가 2016~2017년 안광한·김장겸 체제에서 계약직으로 채용돼 지난 5월 계약만료로 퇴사하게 된 MBC 아나운서들에 대해 부당해고를 인정한 가운데 해당 아나운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들은 "우리는 김재철 체제의 '피해자'"라며 MBC가 지노위 판정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MBC 사측은 지노위 판정서가 나오면 이를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는 최근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승소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MBC에 지노위 판정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해당 아나운서들은 자신들이 파업 대체 인력이 아니며, 김재철 체제의 '피해자'이자, MBC측이 주장하는 '특별채용'대상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승소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MBC에 지노위 판정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미디어스)

이들은 "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 당시 수많은 꼼수 채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파업에 나간 선배들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기자와 앵커가 모집된 적 있다"면서도 "우리는 그 자리에 지원한 적 없다. 우리는 2012년 파업 후 4~5년이 흐른 뒤인 2016, 2017년에 선배들 손으로 뽑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자신들이 김제철 사장 체제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2012년 MBC 파업 당시 파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아나운서들은 MBC 감사결과에서 밝혀진대로 2013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대거 전보됐다. 이 과정에서 오상진, 문지애, 서현진 아나운서 등 MBC 유명 아나운서들이 퇴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 속기록에 따르면 안광한 전 사장은 2014년 9월 당시 아나운서국장에게 '아나운서들이 파업이 있으면 일종의 선무부대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을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MBC는 2016 신입 아나운서를 '전문계약직'으로 뽑는 공고를 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창사 이래 정규직으로만 선발하던 아나운서를 계약직으로 뽑은 이유는 단지,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우리는 2017년 파업에 함께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난 3월 이뤄진 재시험 과정에서 MBC측이 제안한 '특별채용'이 이뤄지지 않았고, 대신 '신규채용'절차가 이뤄졌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2월 강재형 아나운서 국장은 특별채용을 제안했다. '다른 직군 동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신입과 너희 11명 T/O는 별개'라며 우리를 현혹했다"며 "앞으로 볼 시험은 형식적인 적부 시험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예능, 드라마 직군 계약직들의 경우 실제로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 아나운서들은 특별채용이 아니라 신입사원 입사 시험을 봤다. 회사가 우리를 배려해 마련했다던 이른바 '특별채용'은 차라리 '특별탈락'전형에 가까웠다"며 "정말 우리를 위한 절차였다면, 왜 우리 아나운서들만 신입 시험을 보는 것도 모자라 모두 다 나가야 했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대리인을 맡은 안현경 노무법인 참터 노무사는 이들에게 정규직 전환의 '기대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 MBC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아나운서들에 대해 정규직 채용 전 검증을 위해 계약직으로 고용했으며,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이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계획이 있다는 백종문 부사장의 발언 기록이 있으며, '고용형태 변경가능'이라는 문구가 타 직종과 달리 채용공고에 기재되어 있던 점 등이 '기대권'의 근거라는 게 안 노무사의 설명이다.

안 노무사는 "사건을 대리했던 노무사로서 이겼다는 판정서를 받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당해고 받은 분들이 일터로 돌아가 원래 삶을 되찾는 것이 사건을 마치는 것이다. MBC가 아나운서분들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한 한빛센터의 이용관 이사장은 "이 분들은 적폐세력이 아니라 희생자다. 엄밀히 말하면 MBC에서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신입사원을 모집하지 않고, 계약직을 모집해서 활용한 것"이라며 "적폐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활용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 MBC에 복직한 모든 분들 지노위 판정에 사측이 불복하니까 항의했다. 지금 지노위 판정이 나왔으니 충분히 이해하리라고 본다"면서 "언론시민단체와 언론노조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해 함께 해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MBC 사측과 언론노조, 언론시민단체에 제언했다.

한빛센터의 탁종열 소장도 "최근 MBC 파업기간 경력직으로 채용된 사람들이 정치권 추천을 통해 입사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지만, 이들은 정상절차를 밟아 입사했다"며 "2016, 2017년 입사자로 파업대체 인력이 아니다. 기자회견 이후 이들에게 '적폐세력', '부역자 논란'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MBC 사측은 지노위 판정서가 나오게 되면 이를 검토해 해당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MBC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지노위 판정서가 나오면 검토 후 절차에 따라 어떻게 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지노위가 어떤 부분들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해당 아나운서들의 주장은 무엇인지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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