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가 방탄소년단의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게 단단히 뿔이 났다. 이유는 AKB48의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11월 7일 발매 예정인 방탄소년단의 싱글 타이틀곡 ‘Bird’ 작사에 참여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 보도가 나오자 국내 아미는 “우익 작사가와 협업을 즉시 중단하고 관련 자료의 전량 폐기를 요구한다”면서 “14일 오후 12시까지 어떠한 피드백도 없을 시 빅히트의 모든 콘텐츠를 불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왜 국내 아미는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을 이렇게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까. 아키모토 야스시는 우리나라에서 AKB48의 프로듀서로 알려졌다. 좀 더 알고 보면 아키모토 야스시는 일본에서 5,000곡에 가까운 노랫말을 만들어온 작사가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일본에서 ‘우익 행적’을 보인 전적이 있기에 한국 내 아미들이 보이콧까지 선언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일본 자위대를 홍보하는 CM송 사업을 추진하고, AKB48이 ‘RIVER'를 노래할 당시 자위대 복장이 의심되는 코스프레를 하는 등 아키모토 야스시는 일본에서도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아키모토 야스시의 우익 행적 논란 때문에 국내 아미들이 강한 거부감을 표출한 결과가 요즘 벌어지는 사태라고 보면 된다.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은 일본이 먼저 제안한 게 아니다. 일본 닛칸스포츠의 보도에 의하면, 아키모토 야스시의 세계관을 선호한 바 있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의 제안으로 성사된 결과라고 알려졌다.

방시혁 대표 입장에선 일본 내 거물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일본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을 다지고자 이번 콜라보를 추진한 것인데, 이게 국내 아미의 격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방시혁 대표로선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을 ‘성배’인 줄로만 알았겠지만, 이 선택은 ‘양날의 칼이 담긴 성배’가 될 수도 있다. 먼저 빅히트가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을 강행하면 자칫 방탄소년단에게 ‘우익’ 프레임이 덧입혀질 수 있는 위험이 상당해진다. 앞서 종영된 <프듀48> 역시 몇몇 일본 연습생의 우익 행적 논란 때문에 포털 연예뉴스 메인에 올라올 정도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리스크를 방탄소년단이 떠안을 수 있을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는 아키모토 야스시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지금보다 안정적으로 일본 아미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국내 아미 중 몇몇은 방탄소년단을 ‘손절’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높아진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녹록지 않다. 만일 빅히트가 국내 아미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들여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을 취소한다고 알려진다면 국내 아미의 이탈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에서 방탄소년단의 입지는 지금보다 한층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빅히트가 아키모토 야스시와 협업을 없던 일로 한다면 일본에서 방탄소년단은 ‘극일(克日)’ 프레임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아미 팬덤의 규모는 줄어들 위험이 없어지는 대신에 일본 아미의 규모는 축소될 위험이 커진다. 일본 아미 덕에 가능한 콘서트 규모 및 앨범 판매량도 동시에 축소될 리스크가 더해진다.

일본은 음악 산업에 있어 세계 2위로 알려진 거대한 시장이다. 세계 2위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포석을 위해 방시혁 대표는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콜라보를 시도했다. 하지만 방시혁 대표와 빅히트의 선택은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햄릿이 처한 딜레마처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경우 다른 한쪽을 놓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을 없던 일로 하면 방탄소년단의 일본 내 입지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예정된 작사 작업을 강행한다면 국내 아미의 거센 반발은 물론이고 국내 팬덤 이탈도 각오해야 한다.

빅히트와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콜라보, 결과적으로 방시혁은 ‘양날의 칼이 담긴 성배’를 선택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경우 다른 한쪽의 반발과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보험’이 있는가를 방시혁 대표와 빅히트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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