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쉬운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 (9월 13일 방송)

KBS 1TV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

13일 KBS <오늘밤 김제동>의 첫 뉴스는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 잠정 합의’ 속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뉴스는 역시 이날 발표된 9.13 부동산 대책이었다. 두 뉴스가 발 빠르게 보도된 속보성 기사라면, 박지원 의원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 3차 남북정상회담 뉴스는 전문성에 집중한 쪽이었다.

5일 남은 3차 남북정상회담, <오늘밤 김제동>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를 섭외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원조 대북특사’였다.

쉬운 질문과 쉬운 대답이었다. 김제동은 “왜 남북정상회담이 잘될 것이라고 보는지?”, “종전 선언까지 어떤 일정을 짜야 할까요?”, “남북정상회담이 잘되면 국민들에게 실제적으로 이득이 되느냐” 같은 이해하기 쉬운 질문을 던졌다. 박지원 의원도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쉬운 단어 혹은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가령,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 안 해’라고 할 때 딱 특사 보내서 해결”했다고 한다든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도 “손흥민 선수처럼 해야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스를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차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의 방향에 대해 이토록 명쾌한 한 줄 요약이라니. ‘토크를 너무 재밌게 하시니 귀에 쏙’이라는 댓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KBS 1TV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

밤 11시 반. 잠들기 직전 보는 시사 프로그램이 너무 무겁다면 오히려 집중하지 못하고 그냥 숙면을 택할지도 모른다. 잠들기 전에 가볍게, 그러나 핵심 내용은 모두 들어있는 30분짜리 시사 프로그램은 출근길 아침 뉴스만큼이나 귀에 쏙쏙 들어온다.

쉽다는 것과 함께 <오늘밤 김제동>의 두 번째 장점은 바로 체감형 질문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다룰 때는 “남북 정상회담이 잘되면 국민들에게 실제적으로 이득이 되냐”는 질문을 던졌고, 9.13 부동산 대책 뉴스를 다룰 때도 “과연 내가 종부세를 얼마나 더 내게 되느냐”와 “그래서 지금 집을 사야 됩니까, 말아야 됩니까” 같은 질문을 거침없이 던졌다. 시청자들이 지금 이 이슈에 대해 가장 궁금해할만한 점을 압축해서 30분이라는 시간 안에 꾹꾹 눌러 담았다. ‘김제동’이라는 이름이 주는 색깔은 생각보다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시청자들을 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주의 Worst: 위험하기보다 식상한 <무확행> (9월 13일 방송)

SBS <무확행> 첫 회에서는 돌싱남 서장훈, 김준호, 이상민, 탁재훈과 공개열애 3년을 끝낸 미혼남 이상엽이 ‘무모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포르투갈을 찾았다.

SBS 예능프로그램 <무확행>

포르투갈로 떠나기 전, 탁재훈을 제외한 네 남자는 김준호 집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이상엽이 도착하기 전, 서장훈과 이상민, 김준호가 먼저 도착했다. 어색한 기운이 감돌던 중 그들이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이혼’이었다. 세 남자의 공통분모였기 때문일 것이다. 서장훈이 “우리 조합은 돌싱 파티야, 뭐야?”라고 운을 떼자, 자연스럽게 ‘이혼 경력’에 대해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 쭉 이혼 얘기만 했다. 제작진이 편집하기엔 매우 좋았을 것이다. ‘짠한 남자들’로 묶으면 되니 말이다. 이상민은 ‘돌싱계 대부’로, 김준호는 ‘돌싱 꿈나무’ 캐릭터로 명명했다.

서장훈은 첫 만남 때도, 포르투갈 캠핑카 안에서도 ‘돌싱남’ 4명이 한 화면에 잡히는 현실을 우려했다. 그러나 돌싱남 4명을 한 프레임 안에 넣어서 문제라는 게 아니라, 이미 숱한 예능에서 소비된 캐릭터를 재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서장훈, 이상민의 이혼 이슈는 너무나 식상하다. 그렇다고 이혼한 지 1년이 채 안 된 ‘돌싱 꿈나무’ 김준호가 새롭다는 것은 아니다. 방송에서 이혼 연예인을 다루는 방식은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무확행>

가장 큰 문제는 이혼에 대한 제작진의 시각이다. 오프닝에서 출연자들의 프로필을 소개할 때, 모두 불행 경력에 이혼을 넣었다. 과연 그들은 이혼을 해서 불행해졌을까. 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불행하지 않은 걸까. ‘이혼=불행하다’는 편견으로 시작한 <무확행>의 시각은 포르투갈에서도 계속됐다. 포르투갈로 떠난 다섯 남자가 현지에서 결혼하는 커플을 쳐다보자, 제작진은 ‘새로운 행복의 길로 입장’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혼=불행’으로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여전히 이혼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킬 뿐이다.

이상민은 “이별을 선택하는 이유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제작진은 여전히 그들을 불행하고 짠한 남자로 만들기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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