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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출신 사장 선임, 최소한의 선 넘었다"[인터뷰] 장지호 KT스카이라이프지부 위원장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9.14 10:28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경영진을 둘러싼 노사 간의 갈등은 KT스카이라이프만 남았다. KBS, MBC, YTN은 새 사장을 선출하고 경영 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스카이라이프에서는 사장 반대 투쟁이 시작됐다. KT 출신 인사가 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 출신의 강국현 사장은 독립적인 경영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T스카이라이프지부 위원장은 "강국현 사장 임명으로 KT와 스카이라이프 사이에 있던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며 "KT와 우리 사이의 독립적인 공간이 사라진 것이고 그만큼 자율경영이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스는 12일 스카이라이프지부 장지호 위원장을 만나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선 이유에 대해 물었다.

▲KT스카이라이프 CI (사진=스카이라이프 홈페이지)

Q. 스카이라이프에서 사장 반대 투쟁은 보기 드문 일이다

A. 스카이라이프의 대주주는 KT다. 일반 기업의 처지에서 봤을 때, 자회사와 계열사 구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계열사와 자회사가 전적으로 모기업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 계열사가 스스로 존립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져야 한다. 계열사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모회사의 수익창구 역할밖에 하지 못 한다.

더욱이, 스카이라이프는 단순한 일반 기업이 아니라 독점사업자로서 공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은 독점 사업이다. 난시청 해소와 고품질 콘텐츠를 국민에게 제공할 공적 의무가 있다. 통일 시대의 방송을 준비하는 것도 스카이라이프가 수행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시작 자체가 2001년 국민의 정부의 국책 사업이었고, 그 이후 이런 공적인 책무를 맡고 있다. 위성방송이 부여받은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도 KT에 종속되는 경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KT 출신 인사는 부사장으로 오고, 비 KT 출신이 사장으로 취임해왔다. 일종의 세력균형이 있었다. 사장은 KT와 협력관계를 가지면서 동시에 독립적인 경영능력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KT 출신이 사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 출신 인사 일색인 이사회와 사장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스카이라이프를 위한 경영이 아니라, KT를 위한 경영이 될 우려가 크다. 최소한의 독립적인 공간이 사라진 것이고 그만큼 자율경영의 가능성이 후퇴한 것이다.

Q. 실제 이사회가 KT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나

A. 이사회 인원 7명 중 KT 전·현직 임원이 4명이다. 다른 3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위원 3명 중 2명이 KT 출신이다. 이사 반수 이상이 KT 출신 인사로 임명된다. 우리 이사회의 사내이사였던 부사장들은 임기 후 KT 계열사 사장으로 영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스카이라이프는 위성을 KT로부터 임차해 쓰고 있다. 회사는 ‘할인을 많이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국제시세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비싼 돈을 주고 쓰고 있다. 위성 임차료로 KT는 위성방송 출범 후 꾸준히 큰 이익을 얻어 왔다. KT 출신 이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또 회사 곳곳에 있는 KT와의 내부 거래는 어떤가.

과연 KT 출신의 이사들이 누구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운영해 가겠나.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 장지호 위원장(사진=미디어스)

Q. 그동안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A. 낙하산 사장이 장점도 있었다. 낙하산 인사는 나름의 힘도 있고 명예도 생각했다. 일반 언론사의 낙하산 개념과는 다르다. 언론사는 보도 기능이 있기에 독립적인 보도를 위해선 낙하산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는 KT라는 거대자본의 힘이 서려 있는 곳이다. 

대자본 KT의 영향력을 견제하면서 맹종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낙하산 사장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전 낙하산 사장들이 경영을 잘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분들이 그나마, 그나마 잘해온 것은 KT가 스카이라이프를 지배하거나 종속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최악 대신 차악인 것이다.

Q. 황창규 KT 회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A. 강국현 대표는 사표 낼 자유도 없는 사람이다. 자기가 원해서 온 부사장, 지금은 대표 자리도 아니므로 본인도 답답할 것이다. 물러날 자유도 없는 사람한테 물러나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진짜 배후는 따로 있다. 이번 사태를 만든 주범, 황창규 회장이 물러나야 강국현 사장도 맘편히 나갈 수 있다. 

Q.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KT 적폐 청산과 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확보를 위한 2차 공동행동'이 진행된다 

A. 우선 KT에 편향된 의사결정을 막아 KT로 흘러들어가는 회사의 이익을 지키자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 회사의 양대 상품 중 하나인 OTS(Olleh TV Skylife) 상품의 KT IPTV인 OTV(Olleh TV) 상품으로의 전환이 심각하다. OTS상품의 고객DB를 KT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손쉽게 영업실적을 채우고 싶은 KT 현장의 유혹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강국현 대표가 직접 나서 KT 경영진을 설득해 위로부터 대량 전환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가고 있다. 조합원들이 ‘결국 KT 사람‘이라며 강국현 대표를 신뢰하지 못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더 이상 회사의 생존근거인 가입자를 KT로 넘어가게 방관할 수는 없다. 

또한 이번 기회에 회사 경영의 중요한 축인 사장과 이사회 문제를 공론화해 공정한 사장공모절차를 마련하고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해 열려 있고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하는 이사진이 들어서야 한다. 그 점을 말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KT 적폐 청산과 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확보를 위한 2차 공동행동' 집회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Q. 공정한 사장이 임명되는 게 선결과제 같다

A. 맞다. 논란의 핵심은 공정한 공모절차에 따라 사장을 선임하자는 것인데 KT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금 상황을 만들어 낸 이사회는 공개 사과를 하고, 지금이라도 사장공모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밀실 공모가 아니라 시장과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이 과정을 통해 선임될 새 사장은 난시청 해소와 남북교류 방송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력이 있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점검능력과 함께, 대외적인 활동력과 교섭능력을 고루 가진 사장이었으면 한다. 회사 조직원이 생각하는 아이디어와 정책을 잘 받아들여서 수행할 수 있는, 그래서 스카이라이프의 생존과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

특히 회사 내에 승진과 보직, 평가를 사사로이 이용해 구성원을 좌절하게 하고 조직을 망치고 있는 패거리가 있다. 이들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와 밝고 활기찬 조직문화를 정착시킬 경영자여야 한다. 이들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인데, 그동안 상식적인 사장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너무 절실하다.

Q. 향후 투쟁 계획은 

A. 투쟁은 계속된다.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강국현 대표가 물러나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장공모절차가 마련되고, 이사회가 다양화되고 균형화될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싸워가겠다. 단순히 사장 한 명을 바꾸려는 투쟁이 아니다. 스카이라이프가 자율경영을 확보하고 위성방송이 공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조합원과 국민이 같이 혜택을 보는 방안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찾자는 투쟁이다.

만약 강국현 대표가 물러나지 않고 내년 3월 임기까지 채우고 싶다면, KT에 편향된 의사결정을 중단하고 스카이라이프 구성원과 전체 주주들을 위해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황창규 회장이 KT에 남아있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황창규 퇴진 투쟁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다.

외부의 시선에서 보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투쟁하는지 모를 수 있다. 단순하다. KT가 스카이라이프를 위성방송의 공공성을 실현해야 하는 독점사업자이고, 그래서 경영 자율성을 가진 국민기업이어야 함을 인정하고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국회, 시민사회와 연계해 스카이라이프의 미래상을 함께 그려나가고 만들어 가겠다. 오늘의 자리에서 내일을 바라보면서 싸우겠다. 질기고 현명하게 투쟁하겠다.

끝으로 조합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우린 사무직 노조라서 한계가 있다. 승진의 문턱도 일반 기자보다 많고, 조합 활동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조합은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모든 노력을 다해 대응할 것이다. 사무직 조합원으로서 어려움에도 꿋꿋이 조합 집회에 함께 해주는 조합원들이 고맙다.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가고 있다는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고맙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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