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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부동산 대책, 남은 문제는…혼란 수습하고 과세 전가 방지 위한 세입자 대책 마련해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9.14 08:22

우여곡절 끝에 5일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오전부터 속칭 ‘지라시’가 돌기도 했고 발표 과정에서 오보 소동이 일기도 했다. 보통 이런 대책을 발표할 때는 사전에 언론에 자료를 배포해 보도 준비 시간을 충분히 주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일이 이렇게 되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다.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결과이거나 정책 조율이 마지막까지 계속됐거나.

이어진 언론 보도를 보면 후자에 가까운 상황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등 보도에 의하면 12일 오전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청와대, 여당, 정부 간 정책협의가 숨 가쁘게 진행됐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대책 초안을 밤새 싹 다 갈아엎었다”는 정부 인사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청와대가 정책의 디테일을 직접 챙겼다는 뜻이다. 무게 중심을 청와대가 잡았을 거라는 느낌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날 KBS 인터뷰에서도 전해져 온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장담하고는 있지만 다소 수비적인 태도에 가까웠다.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취재진이 자료를 먼저 받으려고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쨌든 이번 대책은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종부세는 1주택자 등 이른바 실수요자를 배려해 파국에 이를 수준은 피해갔지만 적어도 최고세율을 따졌을 때 참여정부의 예를 능가하고 대출규제 또한 시장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라는 평이다. 갭투자 등에 악용된 걸로 평가된 임대사업자 등록 혜택도 축소됐다. 정책적 지속성에 의문을 품는 전문가들도 단기 대책으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지금 시점에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이 이상의 강한 대책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남은 것은 공급확대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21일 국토교통부의 발표를 통해 확정된다. 그간 언론 보도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공급을 시사하는 것에 가까웠는데, 이와 관련해선 서울시가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BS인터뷰에서 김동연 부총리는 “용적률을 높인다든지 도시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도심 내 유휴부지나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활용안 등이 거론된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서울시는 철도차량기지, 자치구 청사 및 공기업, 군부대 등의 이전용지와 공영주차장 용지 등을 도심유휴용지로 물색하고 있고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현행 400%에서 50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했던 ‘토지공개념’은 적어도 이번 대책에선 종부세 강화의 바람잡이용 정도로 쓰인 것 같다. 만일 추가 대책이 모색될 경우 이 개념이 어떤 방식으로 언급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개념이 등장한 직접적 맥락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국토보유세 관련 주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결국 보유세 강화를 뒷받침하는 정치적 수사 이상이 될 걸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종합해보면 이번 대책은 지난달 말부터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흘린 이런 저런 발언들을 완결성 있는 정책의 형태에 맞춰 주워 담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정책 혼란 등의 부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이 정권이 갖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이 무너지진 않은 셈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과거 저서 등을 통해 자신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철학을 서술한 바 있다. 자가, 공공임대, 민간임대의 균형을 맞춰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 하고 원주민이 쫓겨나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도심개발을 통한 공급확대 역시 추진하지만 투기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이 정부가 과잉유동성 문제에도 개입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앙일보는 13일 이번 대책을 다룬 기사에서 “참여정부 때는 유동성 과잉을 뒤늦게 알았다. 이번에는 초반부터 유동성 과잉에 대한 문제를 고려했다. 강남 집값 뛰는 것은 보유세 등 세제 개편으로 하고, 다른 쪽은 금융 관련 대책을 포함했다”는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대출규제 일부분을 극단적 수준까지 강화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정부 질의에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시사한 것도 정부 내에 이 문제에 대한 모종의 공통된 인식이 존재한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낙연 총리는 자신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명확히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자금유출이나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리 역전 문제 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압박성 발언으로 보는데 무리가 없다. 이낙연 총리의 발언은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현재 부동산 문제의 원인 일부를 이 부분에서 찾고 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낙연 총리의 발언은 중앙은행 독립성을 해쳤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고용쇼크’가 연말까지 이어지는 등 앞으로도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예상되는 여러 문제에 대비하고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 정책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했지만, 금리인상은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그렇잖아도 금리인상 여부를 둘러싸고 정확히 반으로 갈려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낙연 총리의 발언이 금리인상 압력을 높일지, 아니면 통화정책 독립성 이슈에 불을 붙여 오히려 동결 여론 조성을 촉발할지는 두고 볼 문제다. 분명한 것은 기준금리를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서만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정부나 청와대 인사가 금리 관련 발언을 섣불리 내놓는 걸 경계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문제는 어떤 정권의 시기라도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언제든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분야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런 저런 혼란과 좌충우돌 끝에 다다른 결론이 애초 이 정권이 의도한 결과물과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는 갈림길에 선 상황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의도를 관철하려면 정치적 힘이 필요한데 이는 결국 지지기반의 문제이다. 중간계층과 저소득층이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떤 수준에서든 지지해야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른바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고소득자와 고액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를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방향이 명확하다면, 이로 인한 집주인의 손해가 세입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중간계층이 세입자가 아니라 고액자산가와 존재적 일체감을 강화하면 “부자되세요”라는 구호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가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는 말도 있는데, 정권을 잃는 것보다 타락을 더 경계해야 할 때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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