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법원이 영화 촬영 현장에서 상대 여배우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조덕제 씨에 대한 유죄를 확정한 가운데, 피해자인 배우 반민정 씨가 기자회견에 나서 재판과정 동안 이뤄진 언론 보도에 일침을 가했다. 반 씨는 "조덕제와 그 지인들이 언론을 이용해 저지른 2차가해로 인해 저는 '협박녀', '갈취녀', '사칭녀', '사기녀' 등으로 불리며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고, 그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성폭력은 가십이 아니다. 언론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달라"고 호소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는 '남배우 A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대법원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대법원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상대 여배우를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된 조덕제 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40개월간의 재판 과정 동안 '남배우 A사건'에서 '상대 여배우'로 호칭됐던 피해자 반민정 씨가 참석해 이목이 집중됐다. 반 씨는 조 씨가 재판과정에서 언론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재판에 활용했다며, 언론에 의한 2차피해에 의해 재판이 마무리 된 현재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는 '남배우 A사건'공동대책위원회의 대법원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40개월간의 재판 과정 동안 '남배우 A사건'에서 '상대 여배우'로 호칭됐던 피해자 반민정 씨가 참석해 이목이 집중됐다. (미디어스)

반 씨가 신상공개에 나선 이유는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언론, 그리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반 씨는 "지금껏 제 정보를 외부로 밝히지 않았다. 처음부터 '사법시스템'을 밟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했고, 제가 당한 성폭력 피해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조덕제가 항소심 유죄선고 후 자신을 드러내면서 조덕제 본인, 가족, 지인, 나아가 인터넷카페 회원들 및 특정 언론사에 의해 제 정보는 제 의사와 상관없이 공개되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반 씨는 "그러다 조덕제가 SNS를 이용해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인신공격을 하고, 특정 언론사들이 조덕제의 발언을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도 없이 기사로 내는 것을 보았다"며 "조덕제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밟고 있었고, 일부 언론이 이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왔다. 저는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싶다. 저같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씨는 해당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조 씨가 지인인 개그맨 출신 기자 이재포 씨 등을 동원해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가짜뉴스를 만들어 관련 자료를 1심부터 3심까지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반 씨는 이를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트리기 위해 언론을 이용한 '물타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씨는 이 씨 등이 작성한 '가짜뉴스'와 관련해 형사재판을 진행, 현재 이 씨는 법정구속이 된 상태다. 또한 반 씨는 문제가 된 영화 '사랑은 없다'의 메이킹 영상 일부를 공개한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으나 조정이 결렬돼 디스패치와의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반 씨는 "조덕제와 그 지인들이 언론을 이용해 저지른 2차가해로 인해 저는 '협박녀, 갈취녀, 사칭녀, 사기녀' 등으로 불리며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며 "(가짜뉴스는)지워도 지워도 끝이 없다. 이재포 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그 피해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2차 피해를 호소했다. 이어 "언론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2차 가해가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짓밟는 것인지 밝힐 것이다. 언론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달라. 성폭력은 가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는 '남배우 A사건'공동대책위원회의 대법원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40개월간의 재판 과정 동안 '남배우 A사건'에서 '상대 여배우'로 호칭됐던 피해자 반민정 씨가 참석해 이목이 집중됐다.(미디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소장은 "재판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2차 피해, 특히 언론에 의한 2차 피해가 너무나 심했다"며 "언론에 의한 2차 피해는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고, 이를 분명히 짚어 사회적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공대위는 언론이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기사를 함부로 쓰는 부분에 대해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 씨는 대법원 판결 직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법의 테두리에서 무죄를 소명할 기회는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강제 추행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되, 존중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학주 변호사△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장△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남순아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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