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의 ‘출산주도성장’이라는 낯선 주장이 불러온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저출산이 청년층의 이기심에 의한 것이라는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의 발언이 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언론은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행복하고 잘 사는 게 중요해서 애를 낳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는 요지의 김 의원 발언을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학용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해 논란을 부추겼다면서 자신의 발언록을 공개했으나 딱히 다른 취지로 해석하기는 어려웠다. 발언록에 의하면 “지금 젊은이들은 자식보다는 내가 사실 당장 행복하게 살고, 내가 여행가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사실 이게 덜 낳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영상 갈무리)

김 의원의 적극 부인은 ‘자신이 말은 했지만 하지 않은 것으로 하고 싶다’는 의지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김 의원의 발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둘째부터는 대학도 그냥 보내주고, 집도 한 채씩 줘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JTBC <뉴스룸>이 전했다. 대학 학비는 그렇다 치고 집만 해도 김성태 대표의 1억 원을 훌쩍 추월해버리는 주장이다. 이런 발상에 비난과 분노 대신에 신뢰를 기대했다면 과욕일 것이다.

물론 국가 재정이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굳이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둘째에게 대학과정까지 지원하고, 집까지 한 채 줄 정도의 국가 재정이 가능할 리가 만무하다. 현실감 없는 사탕발림은 막말보다 못하다. 자유한국당발 발언이 이처럼 연속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 아니 지난 10년간 국정을 책임졌던 구여권으로서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국가와 전체를 위해서 개인의 행복을 포기해야 했던 시절이 있기는 있었다. 그 길고 어두운 시절을 지나왔지만 진짜 잘 살게 된 사람들은 오래 인내한 장삼이사들이 아니었다. 그 배신감을 알고나 하는 말일까? 또한, 행복하기 위해서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국가주의적 발상은 요즘 세상에 씨도 먹히지 않을 낡은 생각일 뿐이다.

젊은이들이 특히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를 잘 살기 위해서라든지,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옆 사람 허벅지 긁는 소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잘 사는 것’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아이를 낳는 문제 이전에 결혼 포기 상태의 젊은이들에게 할 말은 아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또 잘 사는 문제 이전에, 단지 사는 문제가 걱정인 젊은이들이 허다하다. 잘 살기 위해 출산을 기피한다는 말을 한 의원님은 이들에게 줄 위화감과 박탈감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3월 한겨레가 보도한 일본의 저출산 극복 방법 5가지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저출산 대책을 서둘러왔다. 그런 일본이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방법은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할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저출산 추이가 역대 최악이라면서 강조하는 언론들이 이를 왜 소개하지 않는지는 의문이다.

일본이 제시한 다섯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임금을 올린다 ②노동시간을 줄인다 ③아동수당을 지급한다 ④여성을 춤추게 한다 ⑤지방을 살린다 등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정책들은 야당이 발목잡고, 보수 언론이 나라 망하게 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일본의 저출산 해결방안이 거의 모두 담겼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도대체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을 누가 반대하고, 누가 방해하고 있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최저임금과 고용에 이어 다시 ‘쇼크’라는 단어를 붙일 대상을 찾은 저출산 문제에 정작 해결을 위한 처방에 대해서는 애써 모른 체를 하고 있다. 그저 ‘쇼크’에만 집착할 뿐인 참 해로운 언론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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