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가 방송된 지 1년 이상된 프로그램에 한해 해외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사업자인 넷플릭스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안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MBC 드라마본부는 본부 내 담당자를 따로 두어 넷플릭스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미디어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자체 OTT서비스인 '푹(pooq)'에 주력하며 넷플릭스를 상대로 하는 국내 플랫폼 경쟁을 펼쳐왔다. MBC 또한 유료회원 확대를 목표로 여전히 푹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미디어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넷플릭스와의 관계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세우는 움직임도 함께 보이고 있는 것이다.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MBC 하반기 업무보고 중 박태경 MBC 디지털사업본부장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의 국내 미디어 시장 잠식 방어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 간 공조를 강화해나가겠다는 계획과 함께, 현재 68만명 수준인 '푹'의 유료회원을 8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혀 ‘푹’을 중심으로 한 기존 OTT 정책을 지속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박 본부장은 글로벌 OTT와 해외 IPTV채널 등 유통 경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1년 정도 지난 구작들은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방송된 지 1년 이상된 작품들을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과는 다소 변화된 기류가 감지된다.

주성우 MBC 드라마본부장도 이날 업무보고에서 "저희는 넷플릭스에 방송할 수 없다. 지상파 3사는 푹에 먼저 하고 있고 그 조건은 어기기 어렵다"면서도 "넷플릭스를 적대시 할 필요는 없고,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 본부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넷플릭스 담당자를 둘지 말지를 내부적으로 고민했다. 우리도 푹이 있지만 넷플릭스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곰곰히 봐야 하고, 그러면 넷플릭스가 어떻게 될까에 대한 팔로우를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담당자가 넷플릭스 움직임에 대해 계속 팔로우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본부장이 이사회 업무보고에서 설명한 드라마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이 같은 기류 변화의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주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MBC 드라마가 맞닥뜨린 상황은 ▲지상파 광고 매출 하락 ▲드라마 수 증가 ▲사드 갈등 지속에 따른 중국 수출 제로 ▲주 최대 근로시간 단축 등이다. 타 방송사도 같은 조건이지만 tvN, JTBC와 같은 PP사업자나 종편은 유상증자와 해외 OTT 계약을 통해 드라마 수익창출을 꾀하고 있다.

일부 방문진 이사들도 지상파 3사간의 협력은 좋지만, 넷플릭스 등 해외 OTT 사업자의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존 정책에 대한 재고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효은 이사는 "넷플릭스에서 작년까지는 국내드라마 등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와 있는 것 같다. 타겟마케팅도 굉장히 공격적"이라며 "밖에서 체감하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작년보다 올해가 크다. 우리끼리 단합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전체 시장에서는 절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상파 3사가 뭉친 건 포털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글로벌 사업자가 등장한 상황으로 흐름이 달라졌다. 그런 부분들을 봐주셨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신인수 이사는 "지상파 3사의 연대 강화를 추진한다는 안인데, 이게 또 다른 3사 고립주의로 흐르는 건 아닐까 염려된다"며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넷플릭스에 대한 채널권은 각별한 것 같다. 옛날 지상파 3사의 위상과 지금은 위상은 다르다. 시청자가 보기에도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니 감안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도인 이사도 "넷플릭스와 푹을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3사가 함께하는 것은 참 좋지만 넷플릭스에 대적하기가 올해 안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넷플릭스는 접속이 간단한데 푹은 복잡하다. 그렇다고 넷플릭스처럼 하기에는 막대한 자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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