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예능 진행자로 유명하지만 신동엽은 한때 시트콤에 출연해 존재감을 뿜어내던 시절이 있었다. 농익은 39금 연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신동엽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빅 포레스트>는 반가운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시트콤에 가까운 이 드라마는 신동엽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신동엽과 정상훈;
스스로 내던져 들어선 대림동, 왁자지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대한민국에서 중국 교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 대림동이다. 그곳을 소재로 한 영화에 이어 드라마도 등장했다. <빅 포레스트>는 말 그대로 대림을 영어로 직역해서 만든 제목이다. 말 그대로 대림동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 <청년경찰>은 대림동을 범죄자들의 소굴로 묘사했다. 그곳을 일반인들은 들어서서는 안 되는 잔인한 공간 정도로 묘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림동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대림동 주민들이 나서 영화 상영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tvN 불금 시리즈 <빅 포레스트>

<빅 포레스트> 역시 경계에 서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첫 회 신동엽의 눈으로 바라본 대림동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신을 알아보지 않는 곳을 찾아 스며들듯 들어선 대림동. 그곳에서 그는 자유를 만끽한다. 중국 동포들에게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곳을 찾은 그의 생존기는 짠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온갖 잘못은 다 저지르고 추락할 대로 추락해 쫓기듯 들어온 대림동이지만 그를 잊지 못하고 있는 이는 있었다. 대림동에서 사채업을 하고 있는 '아보카도 금융'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신동엽을 구해낸 것도 그들이었다. 죽는 것도 쉽지 않은 게 바로 사채의 늪이다.

'아보카도 금융'에서 근무하는 정상훈은 은행원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사채업을 하는 그곳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다. 홀로 딸을 키우는 상훈에게 인생의 모든 것은 딸이다. 그런 딸은 아버지가 은행에 다니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실제 '아보카도 금융'은 살벌하기만 하다. 높은 금리로 사채를 빌려주고 돈을 받아 몸집을 키우는 그들에게 살벌한 방식의 추심이 횡행하니 말이다. 다른 직원들과 달리 무르기만 하던 그는 최악의 고객에게 붙잡혀 인질이 되기도 하는 등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워 한다. 그렇게 상담이 아닌 추심 팀으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상훈은 신기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tvN 불금 시리즈 <빅 포레스트>

과거처럼 추심하는 이들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거나 하는 방식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추심팀이 보이는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학을 하고 상대의 약점을 노린다. 그리고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렵게 만들어 돈을 받아내는 추심 팀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상훈에게 주어진 임무는 새로운 의미의 악질 고객인 동엽에게 돈을 받는 것이었다.

위 아랫집 이웃인 그들이 사채업자와 고질적인 채무자로 만나게 된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가 된다. 동엽은 대림동에서 한 여성을 만나 그녀의 제안에 사기 결혼을 준비했다. 조선족이 큰돈을 축의금으로 낸다며 결혼식만 해서 축의금을 나눠가지자며 사기 결혼에 가담하게 된다.

열심히 준비하며 진짜 감정을 품기도 했지만 자존심에 상처만 입었다. 결혼식장에는 가지 말았어야 했다.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그 일은 하지 말아야 했지만, 그는 결혼식장에 등장했다. 대신 함께 사기 결혼을 준비했던 여성이 오지 않았을 뿐이다.

결혼식 준비로 추가 빚이 생긴 신동엽은 잔인하게 풀리지 않은 인생일 뿐이다. 빚은 늘어가고 2천만 원만 갚으면 기회를 준다는 사채업자의 말에 용기를 내서 준비한 사기 결혼마저 실패한 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천 명이 훌쩍 넘은 지인들은 이젠 자신의 전화도 외면한다.

tvN 불금 시리즈 <빅 포레스트>

방송 복귀는 요원한 상태에서 빚만 가득한 신동엽의 인생은 말 그대로 지옥이다. 여기에 사기 결혼에 가담해 그나마 있는 돈도 다 날리고 대림동의 낡은 집에서 그저 삶을 버티며 견뎌내고 있는 신동엽에게 인생은 쓰기만 하다. 그런 그를 찾아온 정상훈과의 대립 아닌 대립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빅 포레스트>는 신동엽과 정상훈의 조합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대림동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호기심도 일게 한다. 물론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한계도 있다.

스스로 망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풀어간 신동엽은 과거 그가 시트콤을 지배하던 시절 그 모습이었다. 극중에서도 과거 자신이 출연한 시트콤을 보는 장면이 나오며 이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었다. 과거에 비해 얼굴살이 오른 것을 제외하면 그의 연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신동엽만의 질펀하고 농익은 연기는 <빅 포레스트>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단한 의미와 가치라기보다, 즐겁게 볼 수 있는 시트콤의 다른 한 축으로 다가오는 이 드라마는 다시 돌아온 신동엽에 대한 찬가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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