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궁지에 몰렸다. 이는 마지막 반격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룹 회장에게 본사 출입금지까지 당한 구승효 사장. 그는 선제적으로 오 원장부터 이노을까지 4명의 의사를 면직 처리했다. 이에 예진우는 구 사장 해임안을 들고 나오며 일촉즉발 상황이 이어지게 되었다.

우리가 해;
선우의 아픈 고백과 땀범벅 사랑, 구승효와 최서현 섬세한 감정선

우려했던 상황은 피해가지 않는다. 오 원장의 집에 등장한 낯선 사람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경고가 되었다. 직접 위해를 가하지 않아도 낯선 이들의 등장만으로도 겁에 질릴 수밖에 없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평생 하지 않던 행동을 하며 휴가를 낸 오 원장의 상황에 대해 구 사장은 눈치 챘다.

자신을 피하기만 하는 회장을 만난 구 사장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돈과 회유로 모든 것을 성사시켜왔던 그들로선 이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회장이 구 사장에게 건넨 한 마디 "우리가 해"는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구 사장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다.

걸림돌이 되는 예진우를 동생처럼 휠체어에 의지하게 만들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던 조남형 회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구 사장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앞으로 어떤 상황에 놓일지 알고 있는 구 사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선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JT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라이프(Life)>

회장 사람인 구조실장을 불러들여 그 자리에서 4명의 의사를 면직 처리한 것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갑작스럽게 오 원장이 휴가를 내고 집도 가족과도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을 구 사장은 완전히 파악했다. 조 회장이 악랄한 방식으로 이미 행동에 나섰음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 원장과 주 교수, 그리고 진우까지 해고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전면에 나서 화정그룹에 맞선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이노을까지 해고 대상을 삼았을까? 그건 조 회장에게 노을까지 모두 보고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구 사장 마음속에 노을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지근거리에서 구 사장을 관찰할 수 있는 강 팀장은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다. 노을의 술 제안에 함께 술을 마시던 그가 감히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술주정을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구 사장이 노을을 좋아하고 있고, 그녀 역시 승효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차갑기만 하던 구 사장이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인물인 노을. 술에 취한 그녀를 맡기고 홀연히 떠난 강 팀장으로 인해 구 사장은 그녀의 집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 술에 취해 운전기사가 대리라고 말하자 자연스럽게 차에 타는 노을을 보며 화를 내는 승효는 이미 사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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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아무 차나 타는 것에 화를 내는 것은 그저 동료애만으로 표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노을이 그 차가 누구의 차인지 모르고 탄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승효는 선우가 노을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땀범벅이 되어 노을의 집까지 온 선우.

하반신마비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술에 취해 힘들어 하는데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힘겨워하는 선우. 그리고 승효는 강 팀장을 통해 선우가 길어야 10~15년 정도 밖에 더 살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선우의 사랑은 그렇게 고달프기만 했다.

형과 함께 살던 선우는 독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메일을 보냈다. 자신이 아버지를 죽게 한 존재라며 자책하고 사과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진우는 알고 있었다. 선우의 장난을 말리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하지만 어린 선우가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숨겼을 뿐이었다.

선우가 독립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지하주차장에서 진우와 서현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후다. 형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형에게 짐이 될 수 없다는 마음이 독립을 하도록 부추긴 셈이다. 선우는 평생 어머니의 도움으로 살았다. 그가 의대를 졸업할 수 있었던 힘은 모두 어머니다.

평생 어머니의 도움만 받아야 했던 선우는 그래서 아팠다. 어머니는 자신의 나이와 같은 나이에 홀로 되어 두 아들을 키웠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못할 정도다. 그리고 엄마가 이보훈 원장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아이를 치료한 이 원장 곁으로 가지 못했다. 이 원장 역시 선우 엄마를 좋아했지만 이뤄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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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는 그 모든 것이 자신 탓이라 생각한다. 모두 장성해 자신의 일을 찾은 후에야 엄마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났다. 그렇게 뒤늦게 자신의 삶을 찾은 어머니가 고맙고 불쌍하고 미안했던 선우였다. 시한부 삶임을 알고 있는 선우에게 이 모든 행동은 그저 아무렇게나 하는 행동이 아니다.

진우에게 서현은 특별한 존재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그녀에게 느끼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우연하게 만나 감정을 키워나가고 있는 서현이 병원으로 찾아오겠단다. 서현은 회사에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오 원장의 사인 번복 후 상국대학병원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를 확인해 보라는 요구다.

서현이 진우를 통해 정보를 얻으라는 선배들의 요구에 마지못해 병원으로 향했다. "넌 기자 아니야"라는 말에 반박은 더는 불가능했다. 회사 위기에 처해 누구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가 있으면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서현은 더는 거부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진우를 만난 서현은 다급하게 본론으로 들어가지만 어제 입은 옷을 오늘도 입고 있는 그를 보며 모든 것은 무의미해졌다. 밤을 새운 그에게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자연스럽게 말이 짧아지는 두 사람.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의외로 스피드를 즐기는 서현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고, 선우 사진을 보고 소개해 달라는 서현의 장난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실망하는 진우.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행복해 하는 서현은 사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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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4명의 의사들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안 진우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주 교수와 함께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병원 내규에 사장을 해고 할 수 있는 항목이 존재한다.

주 교수가 부원장이 되면 원장 대리로 사장 해임안을 가결할 수 있는 상황. 이 과정에서 고춧가루를 뿌리는 이는 김태상이었다. 진료에서도 배제된 그에겐 여전히 권력욕이 가득했다. 오 원장이 위기를 맞자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은 이미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을 위기로 몬 진우를 공격하는 데 망설임도 없다. 심평원에 자신을 고발한 자가 바로 진우라고 폭로한 김태상. 그리고 동요하는 동료 의사들의 책망까지 쏟아지는 그 자리는 사장 해임을 언급할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 교수가 진우에게 한 "왜?"라는 질문은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는 한 방이 될 수밖에 없다.

구 사장이 왜 그런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그들은 모른다. 아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구 사장도 진우가 이렇게 나올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상황 대처 능력이 탁월한 구 사장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 더욱 강력하게 병원과 거리를 두게 만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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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자유로워지면 곧 화정그룹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더는 병원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를 알지 못하고 구 사장에 맞서는 그들과 대립은 그래서 서글프지만 더욱 긴장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승효와 서현의 작은 감정 변화를 상황을 통해 보여주며, 두 사람을 통해 진우와 노을의 감정선에 다가서고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 능숙하게 보여주는 이 작가의 농익은 전개 방식이 반갑다. 이수연 작가의 차기작이 달달한 로맨스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회장이 결심하듯 구 사장에게 던진 "우리가 해"라는 말은 명확하다. 오 원장에게 했던 것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복을 하겠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으려는 회장의 의중을 파악하고 병원으로 가던 승효가 확인했던 '보스턴 매스제너럴의 정조'라는 이름은 변곡점을 찾게 만드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제 세 번을 남겨둔 <라이프>는 그동안 우리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묵직한 이야기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전작이 대표작이 아니라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이수연 작가. 뻔할 수 있는 병원 이야기를 이렇듯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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