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송 공정성·공익성 보장' 발언에 "낯 뜨겁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3일 방송의 날 행사에서 "국민들은 우리 방송의 공공성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참담하게 바라봐야 했다"며 "다시는 없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께서 방송의 공공성을 걱정하신다면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나서는 게 순서"라고 밝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4일 오전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관영 원내대표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제55회 방송의 날 행사에서 '지난 10년, 우리 방송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국민은 방송의 공공성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참담하게 바라봐야만 했다', '방송이 공정성과 공익성을 바로 세워 달라. 정부도 보장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방송의 공공성과 정부의 철저한 보장을 말씀하시는 것은 참으로 낯 뜨거운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방송 공정성이 일회성 시정에 그치지 않고 제도화가 되려면 방송법 제대로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께서 먼저 거부하셨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2016년, 공영방송 사장 임명 시, 2/3 이상의 찬성이라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서 정권 입맛대로 임명된 사람이 방송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을 막자며 방송법을 발의한 당사자가 지금의 여당"이라며 "그런데 문 대통령께서 당선되자마자, '최선은 물론 차선의 사람도 사장이 되기 어렵다'며 법안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이러한 입장에 여당이 힘을 합치면서 지금까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께서 진정 방송의 공공성을 걱정하신다면,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 나서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며 "바른미래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핵심 법안으로 꼭 통과시켜서,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해내겠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말한 방송법 개정안은 '언론장악방지법'으로 불리는 안으로, 2016년 7월 국회의원 162명의 서명을 받아 박홍근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려 7대6으로 맞추고, 사장 추천시 2/3 이상의 찬성을 받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현행 KBS 이사회는 여당 7명, 야당 4명, 방문진 이사회는 정부·여당 6명, 야당 3명을 추천해 임명하고 있다. 이 비율을 맞추고,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정치 편향성을 갖지 않은 사장을 뽑자는 게 언론장악방지법의 취지였다.

언론장악방지법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은 현재는 언론장악방지법 처리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동수 편성위원회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권교체 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언론장악방지법이 결국 소신과 신념이 없는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의 "최선의 사장을 뽑기 어렵다"는 발언과 맥이 같다.

언론장악방지법이 규정한 대로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진을 직접적으로 추천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언론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시민이 직접 공영방송 이사진, 사장을 뽑는 방법을 강구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진을 추천하는 것이 대의제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란 반론도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다른 대안들도 제시됐다. 지난 3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1/3 중립지대 이사진을 구성하는 대안을 제시했고, 지난해에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각각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당장 3일 시작된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민주당 과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수 의원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한을 다투는 건 아니니, 급하게 법을 처리할 것은 없지만, 일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질질 끈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나와 있는 안을 논의하고 절충할 수 있는 다른 안이 있다면 함께 고민해서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리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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