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게임회사 넥슨의 노동자들이 게임업계 1호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는 3일 “크런치모드를 위라벨모드로 바꿀 게임업계 제1호 노동조합을 세운다”며 “노동자 권리의 스타팅 포인트를 세운다”고 밝혔다. 넥슨지회의 가입 대상은 넥슨 그룹의 자회사 및 계열사 소속 노동자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게임산업은 시장규모 12조원대로 급성장했다”면서 “그러나 정작 게임을 설계하고 만드는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한 일정에 갑작스러운 요구, 프로젝트가 접히면 이직이 강요되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다”며 “더욱 빈번해진 크런치모드로 장시간노동의 과로는 일상이 돼버렸다”고 강조했다. 크런치모드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뜻한다.

▲넥슨 CI (사진=넥슨 홈페이지 캡쳐)

노동조합은 “넥슨노조의 탄생은 게임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시켜 나갈 견인차가 될 것”이라며 “나아가 더 많은 게임산업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찾는 길을 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넥슨지회는 설립 선언문을 통해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노동조합이 없는 일터에서 우리의 상연한 현실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일은 넘치고 사람은 모자라지만 결과는 필수인 구조 속에서 과로는 의무가 되었다”며 “저항은 개인의 불만이 되었으며 결과적 성공은 모든 악덕을 덮었다”고 지적했다.

넥슨지회는 “포괄임금제 앞에서 야근과 주말 출근은 공짜였다”며 “회사의 매출은 매해 증가했지만 노동자의 값어치는 제 자리였고 성과에 따른 공정한 분배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의 노력과 관계없이 회사의 사정에 따라 처우가 결정됐다”고 호소했다.

넥슨지회는 “노동조합을 통해서 노동자는 회사와 대등할 수 있다”며 “법과 제도는 우리의 취약점이 아니라 창과 방패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로서 연대하여 회사와 사회와 게이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노동조합으로 자리잡겠다”고 강조했다.

넥슨지회의 상급단체인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은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네이버 노동조합 탄생을 이끌어낸 조직이다. 넥슨지회는 “게임업체에서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노조 설립과 운영에 대한 전문적 역량을 갖추고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전국단위 노조 조직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또한 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네이버 노조가 있는 IT 화섬식품노조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넥슨 사측은 “근로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조합 설립에 대해서 존중한다”며 “화학섬유노조 측에서 최종 승인 절차 마무리되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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