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49개, 은메달 58개, 동메달 70개로 중국, 일본에 이어 종합순위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애초 금메달 65개 이상을 목표로 종합 2위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일본에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줄곧 지켜왔던 2위 자리를 24년 만에 빼앗긴 것이다.

목표한 메달 수를 채우지도 못했지만 설사 65개의 금메달을 따냈더라도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75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어차피 2위 자리는 내줄 수밖에는 없었다. 일본은 2020년 올림픽을 대비해 스포츠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스포츠의 부진도 있었지만 일본의 추격의지가 더 컸던 결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예전과 달리 걸출한 스타 탄생이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자연히 아시안게임에 대한 열기도 높지 않았다. 물론 거기에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아시안게임 경기들을 생중계하거나 VOD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도 큰 요인이 됐다. 대신 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이 중계를 했지만 포털만큼의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단일팀’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남북은 여자농구, 카누, 조정 등에서 단일팀을 결성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보다는 일찍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단체 경기를 치러야 할 선수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 주어졌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남북한 단일팀 코리아는 금메달 1, 은메달 1, 동메달 2개로 종합 28위를 기록했다.

특히 많은 관심을 끌었던 여자농구 단일팀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구기 종목임에도 북측 로숙영 선수는 박지수가 합류하기 전 코리아 팀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센터 포지션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박지수가 합류하기 전까지의 예선전을 거의 혼자서 책임지다시피 했다. 비록 결승에서 중국의 장신벽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박지수와 로숙영은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중국을 꺾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결성된 남북 단일팀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분명 더 큰 성과를 냈다. 그것은 남북이 좀 더 이른 시점에서 단일팀에 합의하여 충분히 손발을 맞추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해줄 시간을 갖는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2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폐회식에서 남북 선수단 기수로 뽑힌 남측 여자 탁구 서효원과 북측 남자 탁구 최일이 한반도기를 함께 흔들며 공동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짧은 시간에도 하나 된 남북은 더 강할 수 있음을 증명해준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찬사를 아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하나 되어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고,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경기장에 가득했던 아리랑의 깊은 울림이 다시 우리를 한 팀으로 모이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라며 단일팀의 선전을 치하했다.

2일 밤 열린 폐회식에서 남북은 참가국 중 유일하게 두 명의 기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등장했다. 개막식 때와 사람은 바뀌었지만, 남북의 남녀 선수들이 하나의 기를 들고 경기장을 도는 모습은 다시 봐도 감동일 수밖에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아프기도 한 장면이었다.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단 한 명의 기수가 남북을 대표하는 날이 와야 한다는 다짐이 담긴 장면이었다. 이상이 된 통일을 다시 현실로 돌리기까지 그렇게 기쁘고 슬픈 단일팀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큰 의미를 전하는 것이기도 했다. 가깝게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대케 하게 하는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