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가 28일 차기 KBS 이사 11명을 임명제청하기로 의결한 가운데 언론시민사회가 방송 공정성 훼손 인물로 지목한 인물이 이사 내정자로 포함돼 논란이 일고있다. '방송독립 시민행동'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황우섭 전 KBS 공영노조 위원장이 과거 제작자율성을 침해하고 방송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비판에 나섰다.

전국 241개 단체로 구성된 '시민행동'은 방통위가 새 KBS 이사진 추천을 의결한 28일 성명을 내어 "11명의 이사 내정자 중 시민행동이 부적격후보자로 의견을 제출한 황우섭이 포함됐다. 방통위의 부적격자 KBS 이사 추천을 강력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행동'은 황 전 위원장에 대해 "2011년 공영노조를 앞세워 'KBS스페셜' 방송을 방해하고 압력을 행사한 것을 비롯해 2013년 '추적60분' 불방 주도, '다큐멘터리 3일' 부당압력 행사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며 "한마디로 공영방송 가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241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이 7월 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을 의결한 직후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검증단 제안을 배제한 방통위의 결정을 규탄하는 모습 (미디어스)

2011년 8월, 'KBS 스페셜-향일 음악가 정율성'편은 당시 여권 추천 이사들의 주장으로 '불방'됐었다. 이에 'KBS 스페셜'제작진은 제작 자율성 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성명을 게재했는데, KBS 공영노조는 "KBS가 공산주의자를 미화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공영노조 위원장이었던 인물은 황 전 위원장이었다.

황 전 위원장은 2013년 KBS 심의실장 당시 '추적 60분-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편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때문에 당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인터뷰 장면과 '이석기 사태'를 언급한 클로징 멘트가 방송에서 삭제된 바 있다. 또한 황 전 위원장은 '다큐멘터리 3일'이 쌍용차 노동자들의 철탑 농성을 다룬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 찾기'편에 대해 철탑 농성 장면, 자살 언급 장면을 빼라고 지시하고, "왜 '다큐 3일'에서 이 소재를 다루느냐"고 말한 바 있다.

'시민행동'은 "제작 자율성 침해를 상습적으로 할 뿐만 아니라, 심의기구를 검열기구로 생각할 만큼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저해하는 인물"이라며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이사회에 독립성과 공공성을 저해하는 인물을 포함시킨 것은 누가 봐도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역시 성명을 내어 "공영방송 파괴자 황우섭을 결코 이사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KBS본부는 "몇 개 사례만 봐도 황우섭에게는 제작 자율성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 등 공영방송이 지향해야 할 기본적 가치에 대한 공감은 찾아볼 수 없다"며 "방통위가 과연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고, 본래 주인인 시민에게 되돌려줄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KBS본부는 "방통위는 앞서 편파·왜곡방송에 앞장섰던 최기화, 김도인을 MBC 방문진 이사로 선임했다. MBC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거센 비난해도 아랑곳 않고, 방통위는 이번에도 최악의 부적격 인사를 KBS이사로 낙점했다"며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가치를 내팽개친 채 적당히 정치권과 타협하면서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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