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당사자의 동의 없이 촬영하고 이를 방송에 내보낸 MBC <PD수첩>에 “사실상 취재원 보호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7일 <PD수첩> “소리로 범인을 찾아드립니다. 소리박사 배명진의 진실”편에 대한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PD수첩>은 지난 5월 '소리박사 배명진의 진실' 편에서 숭실대 모 교수가 배명진 교수의 소리분석 의뢰비용이 500만 원 정도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냈다. 당시 교수는 인터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PD수첩>은 몰래 촬영을 했고 이를 방송에 공개한 것이다.

▲<PD수첩> 1156회 “소리로 범인을 찾아드립니다. 소리박사 배명진의 진실”편 일부(사진=MBC 방송화면 캡쳐)

이에 대해 MBC 측은 “정당한 촬영”이라는 입장이다. 의견진술에 참석한 강지웅 시사교양1부장은 “언론은 의혹의 당사자인 배명진 교수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다”며 “배명진 교수 역시 언론의 질문에 일일이 해명하고 답변을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교수는 같이 작업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답변의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강지웅 부장은 “부득이한 경우 (동의를 받지 않은 촬영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고 교수는 공인이기 때문에 정당하게 취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익적 목적일 경우 불가피하게 몰래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가 시사 프로그램에는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혹의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배 교수로 같은 학교 동료 교수까지 동의를 구하지 않은 몰카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영섭 위원은 “사실상 취재원을 보호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며 “나름대로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관계자는 다 알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계와 학생은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해당 교수의 생활이 어렵게 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윤정주 위원은 “공인이라는 이유로 소리공학연구소에서 일했다는 것 자체로 겪게 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냐”면서 “한 개인의 활동을 파괴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수는 말 한마디로 인생 전체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방송이 너무 과했다”고 강조했다. 박상수 위원은 “방법이 아주 정당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MBC <PD수첩> 로고(사진 제공=MBC)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논의 끝에 적용 조항을 변경해 재심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해당 방송분에 대해 사생활 침해 조항을 적용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보다는 개인 인격권 침해 여부를 다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심의 규정 제21조 4항은 “방송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적인 방법으로 취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강제취재․답변강요․유도신문 등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향후 방송소위에서 다시 의견진술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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