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정당의 명예를 훼손하는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이나 법원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경우에만 조치를 취하겠다는 논의가 제기됐다.

지난 5월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인 인터넷 게시글 200여 건을 삭제해 달라는 민원을 방통심의위에 제기했다. 정당이 민원을 무더기로 제기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방통심의위는 국회의원이 본인 명의로 민원을 넣었을 때만 심의를 해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미디어스)

앞서 지난 6월 11일 방통심의위는 정당 명예훼손 민원과 관련한 논의를 가진 바 있다. 당시 전광삼 상임위원(자유한국당 추천)은 “정당이 공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보장은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소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정당은 유권자의 표현 자유와 비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조직”이라면서 “(방통심의위에는) 인터넷 안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표현의 장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방통심의위는 TF를 만들고 외부 조언을 받아 이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27일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은 “정당 명예훼손 민원은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을 모았다. 정당 명예훼손 민원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지면 정당 비판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와 정당이 공적 대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당이 자당 국회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민원을 넣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소영 위원은 “허위의 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등 명백한 고의성이 있지 않은 이상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면서 “법원의 판결이나 확정적 판결의 증명이 되는 내용만 민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삼 위원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허위사실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당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명예훼손에 대해선 증빙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언론중재위원회의 판결이 있지 않은 이상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다.

김재영 위원은 “개인적으로 이런 제안이 왜 됐는지가 의아하다”며 “정당이란 존재는 국민의 비판감시의 주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이 현실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치부되는 상황”이라며 “정당은 허위사실조차 최우선으로 감수해야 하는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위원이 정당 명예훼손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방통심의위는 향후 논의를 통해 세부적인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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