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인천 중구청으로부터 억대 협찬금을 받아 논란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협상 초기였던 지난 1월경 인천 중구청의 방송 요청을 거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SBS는 당시 청년몰 조성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던 거리에 조성계획만을 가지고 방송을 해달라던 중구청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고, 이후 중구청은 제작지원금을 약속하며 SBS를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BS는 "당시는 상권조성도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진행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앞서 '골목식당-인천 편'은 인천 중구청이 프로그램 유치를 위해 2억 원의 구정 홍보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정성 논란이 휩싸였다. (관련기사▶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지자체 억대 협찬 논란)

논란이 일자 중구청과 SBS는 프로그램 기획의도와 인천 청년몰 사업의 취지가 부합했으며, 협찬금과 관련한 방송법 위반 소지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구청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SBS는 협상 초기 중구청의 방송 요청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SBS가 처음에는 청년몰 사업의 취지가 해당 프로그램의 취지와 부합한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SBS<백종원의 골목식당> 7월 27일 방송화면 갈무리

중구청 담당 관계자에게 '골목식당' 섭외 경위를 물어봤다는 한 중구청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청년몰 사업 홍보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다 '골목식당'을 이용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섭외를 해서 (SBS가)실사를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는 당시 들어선 청년몰 상점이 없던 상태였다"며 "SBS에서는 당시 아무것도 없으니까 안 된다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러면 저희가 예산을 지원해드릴 테니 도와달라고 하게 됐다고 한다. (관계자가)홍보에 간절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해당 협상을 진행했던 중구청 담당 관계자는 27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SBS에서)막상 현장에 와보니 아무것도 없는 거다. 저희가 구두로만 뭐가 들어올거라고 얘기를 했고, SBS는 그러면 촬영을 할 수 없다고 얘기를 했다"며 "그래서 협찬식으로 저희가 방송을 끌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협상 경위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다시 "처음 구두상으로 얘기했을 때는 (SBS에서)힘들다고 했었다. 난색을 표했었다"며 "그래서 제작지원 형식으로 하자 해서 현장답사를 온 것이다. 드라마 같은 경우에도 제작지원이 들어가니까, 그런 식으로 제작지원을 해서 현장을 와보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 답사 이후 SBS 제작지원팀이 프로그램 취지와 부합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후 촬영시기 조율 등을 통해 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SBS 관계자는 SBS가 협상 초기 중구청의 방송 요청에 거절의사를 밝히고도 입장을 바꿔 계약을 맺게 된 경위를 묻는 질문에 "협상 초기에는 방송타당성(사업진행과정 등)여부 등을 검토해야 하기에 당장 방송진행이 어려운 건 당연하다. 또한 그 당시 저희의 방송시기와도 맞아야 하나 당시는 상권조성도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진행이 어려웠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중구청과의 협찬은 정당한 과정과 방송법 규정을 준수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구청과 SBS 간 협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1월은 청년몰 거리 조성이 안 됐던 시기로, SBS는 인천 중구청의 방송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청년몰 사업의 성공을 위해 중구청은 제작지원금을 약속하며 SBS를 설득했다. 중구청과 SBS가 계약을 맺은 일자는 4월 9일로 청년몰 눈꽃마을의 오픈 시점은 6월 23일, '골목식당-인천 편'의 첫방송은 7월 27일이다.

한편, 인천중구의회는 2억 원이라는 구정 홍보 예산 집행과 관련해 과도한 비용이 책정된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도 면밀한 경위를 파악하지 않고 담당과가 보고하는 대로 이를 수용했다.

지난달 13일 열린 인천중구의회 주민복지건설위원회에서 정동준 위원은 경제정책과장에게 "청년몰에 20억 들었다고 얘기를 들었다. (15억 예산을 제외한) 5억 정도는 무슨 명목인가?"라고 질의했고, 담당 과장은 "지난주부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고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 그거 촬영지원금 2억하고 경관조성사업비가 추가로 들어간 부분"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정 위원은 "청년몰 사업 하실 때 구비를 너무 많이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김밥집 하는데 청년 1인당 1억씩 들어간 것"이라며 "청년들한테 다 차려줘서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게 지금 다른 데서 다 실패를 봤다고 하는데 구태여 이렇게 20억이라는 돈을 도로에 설치해서 비위생적이기도 하다. 난 아주 잘못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정 위원은 "내가 보기에는 광고비를 또 5억씩 들여서, 백종원을 데려다가 한다고 해서, 또 실패하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를 해달라"고 당부했지만 2억 원의 촬영지원금과 관련해 SBS와의 계약 경위를 묻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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