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문제 삼으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의 틀을 갖춰,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한 세 축을 어떻게 균형있게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27일자 조선일보 사설.

27일자 조선일보는 <'소득 주도 성장' 모두 아니라는데 청와대만 맞는다고 우길 건가> 사설에서 "소득 격차가 10년 만에 최악으로 확대됐다"며 "전체 소득이 늘어난 것은 하위 60% 소득이 줄고, 상위 40%는 크게 늘어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은 정권이 자랑할 일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이런 마당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제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최근 악화된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 주도 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지갑을 두껍게 하겠다는 정책이 정반대 결과를 냈는데도 그대로 밀고 가겠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여태까지 결과가 나쁘지만 앞으로는 왜 좋아질지 구체적인 설명도 내놓지 못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길은 잘못 들어선 것이라고 모두 걱정하는데 대통령은 바로 가고 있다고 하고 참모들은 더 가면 길이 나올 거라고 한다"며 "김대중 정부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원로가 '연말이 돼도 경제가 좋아지기 어려운데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는 없고 용비어천가만 부른다'고 걱정하는 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27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오기와 독선으론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되살리지 못한다> 사설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이미 거대한 허구였음이 고용 참사와 양극화 쇼크의 구체적인 통계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장 실장은 여전히 그 신기루를 삶의 길이요, 생명의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두 사람이 악화된 고용·양극화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면 무능이요, 앞으로 무작정 기다리면 호전된다고 우기는 것은 오기이자 독선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경제는 당위론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엄청난 부작용들이 이미 확인된 만큼 연말까지 갈 것도 없이 하루라도 빨리 정책 방향을 과감하게 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우선 내년 최저임금부터 재심의하거나 동결해야 할 것"이라며 "또 시민단체·운동권 출신의 무능한 아마추어 참모들은 신속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잘못된 정책에서 손을 떼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며 "문 대통령은 더 이상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약자를 위한다는 소득주도 성장이 사회 최약자들의 밥숟가락과 생명을 위협하는 기막힌 현실"이라며 "오기와 독선으로는 결코 실패한 소득주도 성장을 되살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27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소득주도 성장 강변하는 靑의 현실인식 우려스럽다> 사설에서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에 직을 걸라'며 관료들을 질책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며 태도를 바꿨다"며 "정책실장은 '못 살겠다'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비명을 '정부를 믿고 기다리라'는 한마디로 일축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 정도면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정부가 오기 부리듯 정책 기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을 고집하는 한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기는 어렵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하락한 것은 통계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단순히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라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국민의 지갑에 돈을 채워 소비를 늘려 내수경제를 살리는 데 그 핵심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진행된 관련 정책으로 꼽을 수 있는것은 최저임금 인상 정도다. 최저임금 인상도 시행된 지 겨우 8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사실 소득주도성장이란 이름이 불러오는 혼란이 있다. 성장이라는 말이 두드러지다 보니 경제성장 수치와 결부지어 보는 경향이 있지만, 성장정책이라기 보다 분배정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시민들도 이 방향성에 대해서는 지지 의견이 높다. 지난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9%는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 유지에 대해 '효과는 미흡하지만 겨우 1년이 지났으므로 기본방향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부작용이 크고 앞으로도 효과가 없을 것이므로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3.4%였다.

결국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의 공정과 성장을 위한 정책적 결과가 뒷받침 돼야 소득주도성장이 빛을 볼 수 있다. 청와대도 이 같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 실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일각에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선택의 문제로 보고,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고 '규제혁신을 통한 혁신성장'에 집중하라고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선택의 문제도 선·후의 문제도 아닌 반드시 같이 가야 할 '필연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장하성 실장은 "공정경제는 이 두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불공정한 갑을관계, 기술탈취, 과도한 경제력 집중 등을 해소해 시장에서 '공정한 룰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장 실장은 "정부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선순환 체계를 빠르게 만들어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정책환경 속에서, 신산업분야의 혁신을 이루며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22일 리얼미터가 전국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유(20%)·무선(80%) RDD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6.2%,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4.4%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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