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예산 편성을 무기로 EBS 편성·제작 과정에 압박을 시도했다. 국회와 방통위는 EBS의 편성·제작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EBS '빡치미'는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하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EBS에 대해 어떤 관리·감독을 할지 밝혀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 내용은 23일 예산결산소위에서 다뤄졌으며, 과방위는 시정요구 결정을 한 상황이다. 이미 끝난 사안을 갖고 정치쟁점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EBS 빡치미 (사진=EBS 홈페이지 캡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편향됐다고 지적한 방송은 EBS의 ‘빡치미’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이슈를 분석·비평하는 프로그램으로 <산재 공화국, 대한민국>, <을의 반란>, <대한민국 과로잔혹사> 등의 방송을 냈다. 프로그램 패널 등으로 박창진 사무장, 안진걸 소장, 표창원·이정미 의원 등이 출연했다. 자유한국당은 출연자의 면면과 프로그램의 내용이 친정부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앞서 23일 과방위 예결소위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편향성 지적에 대해 EBS는 “프로그램이 EBS의 목적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고, 여야 의원들은 주의로 시정요구를 결정했다. EBS는 24일 이효성 위원장 측에 “설립목적에 맞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균형감있게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4일 이 문제를 또다시 언급했다. 이미 논의가 끝난 내용으로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용기 의원은 “출연진을 보면 특정 정당의 몇몇 의원의 인기 관리를 위한 편성”이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정권 홍보 프로그램이 마음대로 방영될 수 있는지 방통위가 어떤 감독권을 행사했나”라고 말했다.

윤상직 의원은 “갑질공화국 편에선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가 소개됐고 과로사 관련 방송에선 노동부 장관이 등장했다”며 “대기업 노조 미화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 여당 측 방송이다”라며 “선동 프로그램이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 “돈이 남아서 (이런 방송을 만들고) 그런다”며 “헛돈을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직 의원은 이효성 위원장에게는 '국회의원이 잘못됐다고 하면 인정을 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방통위는 EBS가 공사 설립목적 어긋나지 않게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며 “우린(자유한국당 의원) 공사 목적에 벗어났다고 했는데 EBS는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효성 위원장도 EBS를 두둔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은 벗어났다고 하는데 위원장이 아니라고 하느냐, 인정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의 일방적 주장에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국회나 방통위는 EBS의 편성에 개입하지 못한다”며 “우려하는 바는 알겠으니 앞으로 문제가 있으면 예산 심의 때 예산을 깍아라”고 지적했다. 이어 “EBS가 달라지는 게 없으면 나도 예산삭감에 동의하겠다”며 “시간 끌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EBS의 콘텐츠가 적합하지 않다”면서 “그렇지만 앞으로 시정 할 의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BS가 시정을 않으면 내년 예산에 반영하면 된다”며 “이거 하나 때문에 예결소위에서 회의한 걸 무력화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효성 위원장은 “주제 자체는 교육 방송이 다룰 수 있는 주제”라며 “다만 방식이 문제였다”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가 EBS의 편성과 방송 내용에 간섭하지 못한다”며 “방통위가 의견을 전달했고 사장에게 우려도 전달했으니 믿어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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