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통합방송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방송법 법 체계를 대폭 정비하고 한국방송공사법을 제정하는 등의 대규모 법 개정·제정 이슈다. 방송법 전반을 손 보는 것이 약 20년 만이기 때문에 관심은 더욱 크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의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이번 정기국회 안에 통합방송법 제정안을 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통합방송법 제정 공청회> 모습. ⓒ미디어스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회의원 연구단체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주최하는 <통합방송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은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 연구단체다. 발제는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이 맡았고, 사회는 정연우 세명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조항제 부산대 교수,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 최우정 계명대 교수,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이창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진흥정책국 국장, 김동철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 국장이 참여했다.

이날 공청회는 김성수 의원과 11명의 언론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만든 방송법 전면 개정안 및 한국방송공사법 제정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김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조문화 작업을 다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은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번 정기국회 안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 체계 변화·방송사업자 분류 체계 개편 등 담은 통합방송법 제정안 공개

발제를 맡은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현행 방송법이 개정된 지 약 20년이 다가오면서 방송 현실을 적절히 규율하는데 있어 여러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며 "방송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플랫폼에 따른 현행 규제시스템의 실효성이 더욱 약화되면서 방송규제원칙의 재정립이 매우 시급하다"고 통합방송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상호 연구실장은 이번 통합방송법 제정의 원칙으로 "전체 방송생태계에서 방송의 공익성·공정성을 정향시키는 핵심동원으로써 '공영방송의 정체성 및 공적 책임'을 구체화했다"며 "방송의 공적가치의 핵심으로 '시청자 권익 증진'을 설정하고, 방송의 다양성과 유효경쟁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도록 '공정경쟁'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박상호 연구실장은 "전송플랫폼-콘텐츠 계층의 수평규제체계에 따라 역무-규제 간의 일치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고, 역무·서비스에 토대를 두어 사업(자) 분류를 정립하고, 이에 따라 진입, 소유, 행위규제가 형평성을 갖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산된 방송관련법을 통합해 정비함과 동시에 법 조항, 개념 및 용어와 방송현실 간의 정합성을 제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통합방송법 제정안은 방송관련 법체계 변화, 방송사업(자) 분류체계 개편, 방송의 공적책임 규정, 공영방송의 정의 정립, 시청자 권익 증진, 공정경쟁 촉진 조항 마련, 지역방송 발전 규제 보완 등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방송의 공적 가치를 제고하고 상생을 위한 방송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취지다.

법 체계는 현재 방송법과 분리돼있는 IPTV사업법,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을 방송법과 통합하고, 방송법의 한 장으로 돼있는 KBS 관련 법률은 한국방송공사법을 따로 제정한다. 또한 방송일반의 공적책임과 공영방송 사업자의 공적책임을 구분할 예정이다.

방송사업 분류체계는 지상파, 유료방송사업(자), 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 방송전송망 제공사업(자) 등으로 분류한다. 특히 유료방송사업에 SO, 위성방송, IPTV를 다채널 유료방송사업자로 묶은 것이 눈에 띈다.

시청자 권익 차원 부분에서는 '보호'에서 '증진'으로 확장하고, 시청자위원회의 권한 및 시청자 권익 관련 활동을 해야 하는 방송사업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공정경쟁 촉진'의 장과 조항을 별도로 마련해, 효율적 경쟁체계 구축과 공정한 경쟁환경의 조성을 정부의 역할로 명시했다.

지역방송 발전과 규제를 보완하기 위해 방송법 내에 지역방송발전 지원에 관한 장을 신설하고, 정부 지원의 대상이 되는 지역방송의 범위에 '공동체라디오방송'을 추가하고 지역방송발전위원회의 역할도 강화했다.

용어의 변경도 있다. 방송의 조건을 규정했던 기획·편성 및 제작 행위를 삭제하고, 방송편성의 개념에 공간적 배열을 추가했다. 또한 방송콘텐츠에서 편성의 단위가 되는 방송프로그램과 구분되는 방송콘텐츠의 개념을 신설하고 채널은 방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구체화했다.

박상호 연구실장은 "공영방송 등 방송의 공적책무를 명확히 하고, 동시에 산업적 가치 제고를 위한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며 "공영방송, 지상파방송, 지역방송, 유료방송, 방송콘텐츠제공사업 등이 상생할 수 있는 획정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 통합방송법 제정안 취지 동의…세부내용은 '격론' 펼쳐져

박상호 연구실장의 발제 이후 토론자들은 통합방송법 제정의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하며 격론을 펼쳤다. 조항제 교수는 통합방송법 제정안에 대해 "그림을 그렸다"고 평가하면서도 "완성된 체제가 아니라 과도기 법안이라는 느낌이 많다"고 지적했다.

조항제 교수는 한국방송공사법을 다시 독립시키려는 시도를 높게 평가했다. 조 교수는 "법에는 정의도 없었던 공영방송의 모양을 만들고 KBS법을 다시 독립시켜 MBC와 EBS까지 하나의 법으로 아우르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높게 평가한다"며 "공영방송의 모양새는 정말 다양하다. 우리가 우리의 공영방송 정의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규태 교수는 "큰 틀에서는 동의할 부분이 많았지만, 아쉬운 점은 유료방송 인식의 기저가 지상파 중심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공영방송의 정의를 어떤 방송사가 하는 게 공영방송이라고 돼있는데, 이건 유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영방송은 어떤 목적, 기능을 수행하는지 법안에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규태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만 방송 영역이 있는 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에도 많이 있다"며 "방송산업은 제작, 인력, 창작자, 학생까지도 포함하는데 방송산업을 거래시장만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방송산업 생태계를 통합하려면 문체부 부분도 어떻게 할지 협의하면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우정 교수는 MBC를 공영방송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최 교수는 "MBC를 공영방송으로 한다고 할 때 많은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지역MBC는 방문진이 50% 이상 지분이 있지만, 나머지는 지역기업과 토호들의 지분이다. MBC를 공영화하면 공영방송이 우리 방송시장에서 너무 많은 포션을 차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서중 위원장은 정치권에서만 논의할 게 아니라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 논의가 언론공정성실현모임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은 고맙지만, 이렇게 풀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치적 타협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기구를 설치해서 국회, 방통위, 과기정통부까지 모여서 공개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위원은 대의민주주의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는 뗄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국회 구성의 대표성 문제가 독립변수고 방송은 종속변수"라며 "최근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혁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런 큰 변화가 없다면 정치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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