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양극화 격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가장 커졌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24일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일제히 해당 뉴스를 1면에 배치하며 사설을 통해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수언론은 이번 결과가 최저임금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이라며 이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완전히 없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구조적·정책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경제지표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만을 가지고 정책 전면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51만 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감소했다. 반면 상위 20% 계층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2.9% 증가했다. 상위 20%의 월소득을 하위 20%의 월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5.23배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2분기(5.24배)이후 최고치로, 빈부격차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라는 평가다.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저소득층 근로소득 1년새 16% 줄었다>(조선), <양극화 10년 만에 최악 소득주도성장 역주행>(중앙), <'거꾸로 소득성장' 10년만에 최악 양극화>(동아), <2분기 소득 양극화, 10년 만에 '최악'>(경향), <고용 이어 '소득격차 쇼크'>(한겨레), <하위 20% 소득 역대 최대폭 감소…부익부 빈익빈 사상 최악>(한국) 등의 기사를 일제히 1면에 배치하며 관련 소식을 전하고 사설을 통해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다만 이같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있어서는 이견을 보였다. 보수언론은 고용 악화에 이른 양극화 심화 현상의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해당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4일자 <정부 독선·무능이 부른 양극화 10년 만 최악> 사설에서 "분배 악화는 내수와 서민 경기가 부진에 빠진 몇 년 전 시작된 현상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더욱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며 "그 사이 달라진 것은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이다. 이 실험이 실패했다는 증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최저임금이 16%나 인상된 올해 들어 취약 업종의 저임금 일자리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 고용이 감소하고 임시직·일용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청와대는 소득 주도 성장의 부작용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고용 참사에 이은 양극화 쇼크는 수많은 우려를 무시하고 무모한 경제 실험을 벌인 독선과 잘못을 효과적으로 시정해 경제를 올바른 길로 이끌 능력의 부재가 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양극화 참사에 "소득주도성장 필요하다"는 청와대 잠꼬대>사설에서 "문재인 정부는 '분배의 정의'를 내세워 '소득주도성장'이란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실험했다. 그러나 성장은커녕 분배까지 악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양극화가 극심하다는 통계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이 필요하고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 무슨 잠꼬대인가. 소득주도성장은 지금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인위적으로 최저임금을 급상승시켰기에 일자리는 증발하고 분배가 악화된 것이다. 그런데도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겠다는 건 상처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곪아 터지게 하겠다는 소리다. 낯 두꺼운 아전인수"라며 "온 사방에서 갈등과 부작용을 일으키는 판국에 정부는 언제까지 탈 많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할 것인가"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설] 양극화 참사에 “소득주도 성장 필요하다”는 청와대 잠꼬대> 중앙일보 24일자 오피니언 30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 현 경제지표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는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정도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과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여파의 개연성이 없다고 보긴 어려워도 경제지표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반영되는만큼 정책 전환보다는 정부가 정책의 수정·보완 점을 찾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같은 날 한겨레는 <소득격차 확대, 정부는 '위기감'갖고 총력 대응해야>사설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정부·여당은)'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늘었으니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없다'는 식의 주장도 거두는 게 좋겠다.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작년 하반기부터 미리 종업원을 줄였을 개연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정책 기조의 전환을 섣불리 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고용난과 분배 악화의 배경에는 경기순환적, 구조적, 정책적 요인이 두루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안전망 보강과 함께 기존 대책을 재점검하고, 산업구조조정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J노믹스의 핵심인 혁신성장에도 정부가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향신문은 <중산층으로 확산된 소득분배 악화, 잇따르는 적신호>사설에서 "(정부는)명확히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정부 출범 후 혁신성장 추진과 성과가 모두 미흡한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두 개의 바퀴'로서 전자는 수요 측면에서, 후자는 공급 측면에서 성장을 이끌게 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혁신성장은 이제야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정부가 소득주도상장에 들인 노력만큼 혁신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고용·소득 감소가 지금과 같은 참사 수준에 이르렀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소득양극화 해결은 양질의 일자리로 귀결된다. 소득주도성장 못지 않게 혁신성장에도 주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만을 경제지표 악화의 근본원인으로 보고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겨레 박현 콘텐츠2부문장은 지난 19일 칼럼 <고용 충격의 진짜 원인>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란과 관련해 "자영업 구조조정 가속화에서 보듯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마치 만병의 근원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문장은 "경제학계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시장 영향은 찬반이 엇갈리는 오래된 논란거리다. 대체로 동의하는 견해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개연성이 있다"며 "물론 두해 연속 두자릿수 인상이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개연성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 뚜렷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부문장은 "최저임금 대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올해 7만 2천명이 늘었다. 주목할 부분은 더 영세할것으로 보이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0만 2천명이 줄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이어 "최근의 고용부진은 우리 경제에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이 폭발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며 자동차산업·조선업 등 제조업 부진, 저임금 과로노동과 미흡한 사회보장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외환위기 이후 실업자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몰린 현실 등을 지표 악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박 부문장은 "결국, 고용 충격은 소득주도성장의 폐기에서 답을 찾을 게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세바퀴 성장 전략을 더 강화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 정부는 새로운 경제페러다임의 방향은 제대로 제시했으나 그 실행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J노믹스'의 3대정책을 제대로 실현해나가야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득주도성장 중 최저임금 인상은 두 해 연속 두자릿수로 오르긴 했지만 올해 인상 과정에서 산입범위를 확대하면서 내년에는 실질적인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올해 근로기준법 개정의 경우도 처벌 유예기간을 늘리면서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혁신성장'의 경우에는 규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 분리 완화,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 결합 등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경제' 부분은 대기업에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주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는 데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최근 채용 비리까지 불거져 향후 대대적인 정책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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