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IPTV가 일반 PP(종편과 홈쇼핑을 제외한 일반 채널)에 제값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IPTV가 시장에 등장한 지 10년 만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졌지만 일반 PP에 적절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IPTV가 일반 PP에 지급하는 사용료는 매출액의 13.3%다. SO(25.2%)와 위성방송(27.5%)과 비교해 미진한 수치다. 또 수신료의 25% 이상을 PP에게 제공하라는 정책이 있는 SO와 달리 사용료 배분 방식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발제를 하고 있는 이상원 경희대 교수 (사진제공=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22일 <유료방송시장 선순환 구조 확립과 콘텐츠 가치 정상화> 정책 세미나에서 유료방송과 플랫폼 간에 비대칭적인 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반 PP의 수익구조는 광고(44.8%)가 프로그램 사용료(29.8%)보다 많다”며 “양질의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위해선 사용료 중심의 수익구조 형성이 바람직한 형태”라고 밝혔다.

이상원 교수는 “사용료 지급 수준이 낮아질수록 콘텐츠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며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형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 유료방송 플랫폼과 비교할 때 IPTV의 사용료 배분 비율이 낮다”며 “SO나 위성방송과 유사한 수준인 25%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IPTV와 PP의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방식은 상생협의체를 통해 결정된다. 전체 PP 차원의 프로그램 사용료는 규제하고, 개별 PP에 대한 기준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PP는 사용료 배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또 ‘유료방송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위원회(가칭)’ 구성을 제안했다. 이상원 교수는 “독립적인 위원회에서 양 사업자의 기여분을 산정해, 이를 기초로 적절한 기준에서 (사용료) 배분이 필요하다”며 “위원회에서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비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정수 서울여대 교수는 “IPTV와 PP 간의 사용료 쟁점은 우리 사회가 갖는 ‘합리적 거래체계 미비’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합리적 거래체계 형성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결국 장기적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콘텐츠를 정당한 가격에 구입해 이윤을 남기는 체계로 서비스한다면 문제가 없었다”면서 “플랫폼 경쟁 상황에서 저가 경쟁 일어나고, 유력 플랫폼에 비중이 실리고 개별 PP에는 차등적인 배분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IPTV와 관련해 콘텐츠 발전위원회가 있다”면서 “그런데 IPTV가 대형 PP협의체는 참여를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PP는 발언권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꼼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생할 방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료방송시장 선순환 구조 확립과 콘텐츠 가치 정상화 정책 세미나 전경 (사진제공=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방송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안정상 수석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국의 편제를 보면 홈쇼핑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며 “일반 PP는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미디어 정책이 문화부, 과기정통부, 방통위로 분리되어 있다”며 “이는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수석은 “종합적인 미디어 정책 집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도성 과기정통부 뉴미디어정책과 과장은 “우리의 정책 목표가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우위의 입장에서 횡포를 부리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플랫폼 재허가 조건에 PP 협상 절차와 평가 기준을 마려하겠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과기정통부가) 큰 그림을 그릴 여력이 부족했다”며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플로어로 참석했던 IPTV협회 관계자는 "PP가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고 제공하는지는 의문"이라며 “PP 채널이 투자를 하고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재방송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22일 이철희, 이재정 의원 주최로 열렸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가 '바람직한 콘텐츠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PP 프로그램 사용료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발제를 했으며, 좌장은 한진만 강원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윤석민 서울대 교수·임정수 서울여대 교수·강도성 과기정통부 과장·한석현 YMCA 팀장·서경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