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이 진행하고 있는 합창단 프로젝트는 무척 매력적이고 즐거운 내용을 뽑아낼 수 있는 꼭지입니다. 함께 한다는 것,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의 성취감과 보람. 그 수단이 노래라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방식이지만 그 형식은 누구나 경험해보지는 못한 합창단이란 것은 익숙하지만 신기한, 가깝지만 낯선 그 묘한 즐거움을 만들어주죠. 무엇보다도 이들의 과정은 누구나가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즐거움과 따스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함께 하기에 가장 적합한, 잘빠진 둔탁함과 사람다움을 뽐내는 남자의 자격에 어울리는 프로젝트이죠.

하지만 이런 무수히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이들의 하모니에는 그동안 이 프로그램이 추구했던 것과는 다른 지점으로 빠질 위험이 큰, 구석구석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남자의 자격이 언제나 자신들을 설명했던 간판인 아마추어라는, 삶에 찌들었지만 의외로 서툰 것투성이인 아저씨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미숙하지만 열심히 도전한다면서 그 속에 삶의 즐거움과 활력을 찾는다는 최선이란 미덕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는 것이죠.

사실 합창단 구성원들의 면모를 하나씩 따져 본다면 이들을 서투른 아마추어라고 이야기하긴 힘들거에요.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경험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구성원의 많은 이들은 노래 부르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이들입니다. 게다가 촉박한 대회 일정을 맞추기 위해 그들이 할애하는 굉장히 많은 연습량은 바쁜 일상 속에서 틈틈이 준비하는 것이 일상의 일탈과는 다른 전문가의 영역이죠. 가수, 성악 전공 출신의 연예인, 뮤지컬 배우들이 구성원의 반 이상을 이루는, 박칼린 선생님의 전문적인 지도를 받고 있는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어설픈 경계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포인트는 이들이 얼마나 빼어난 화음을 만들어 내는지, 어떤 등수로 수상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오히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몇몇 이들의 서투름, 어색함, 부족함입니다. 평범한 이들이 모여서 출발한 미약한 시작에서 창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주는 감동과 성취의 쾌감을 전달해주는 반전이 그 목적입니다. 그리고 영리한 남자의 자격 제작진들은 그 중요한 지점을 너무나 능숙하게, 영리하게 만들어냅니다. 아주 귀엽고 똑똑한 속임수들을 사용하면서 말이죠.

구석구석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프로들의 능력 덕분에 그 짧은 시간동안 만들어졌다고 하기엔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정작 이들이 집중하는 것은 그 하모니의 탁월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구멍으로 지적받는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어설픈 모습, 격투가, 방송 실무가처럼 노래를 주업으로 삼지 않는 이들이 노래를 하면서, 합창단에 가입하면서 생겨난 작지만 즐거운 일상의 변화가 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하죠. 능숙한 다른 파트들보다 굳이 제일 미숙한 바리톤에게 집중하는 이유도, 합창단 내에서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가장 작고 미약한 이들이 방송 분량은 제일 많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방송 말미에 박칼린의 우승을 노리냐는 말이 기분 나빴다는 말이야말로 남자의 자격이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소리는 프로들에게, 방송은 아마추어에게 의존하는 귀여운 속임수이죠.

그리고 그런 평범함으로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지점마다 박칼린의 지도력과 카리스마를 끼어놓고, 그 위에 배다해와 선우의 솔리스트를 차지하기 위한 라이벌 구도를 양념처럼 버무리면서 나름의 긴장감을 불어 넣습니다. 방송을 보면서도 마치 가르침을 받는 것처럼 노래 자세를 교정해보며 배우는 만족감을 얻기도 하고, 이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감상하며 매혹되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이가 솔로 주자가 되길 응원하기도 하는, 남자의 자격 합장단 안에는 구성원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재미로 가득 차있어요.

이렇게 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이 주는 감동과 재미는 굉장히 영리하고 똑똑한, 하지만 즐겁게 넘어가 줄 수 있는 귀여운 눈가림과 넉살들의 도움을 받은 것들입니다. 그들이 시간과 함께 얻어낸 경험과 학습능력이 만들어준 남자의 자격이 자랑할 만한 결과물이죠. 많은 이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툭하면 진정성, 리얼을 이야기하지만 역시 편하게 보면서 웃고 즐기기 위해선 이런 적절한 꾸밈과 장식이 필요해요. 리얼 버라이어티의 ‘리얼’이란 바로 이런 맛 아니겠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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