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21일, 특검이 수사 초기부터 드루킹이 김 지사를 옭아매기 위한 거짓말을 모의한 녹취파일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보도를 했다.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에게 매달 100만 원씩 받았다고 하자는 모의 내용이었다. SBS 보도내용과 같은 특검의 발표는 당연히 없었고, 대신 김경수 지사에 대한 혐의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 당시 수고비로 100만 원을 줬다는 드루킹의 진술을 언론에 알린 바는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김경수 지사가 특검 조사를 받을 때 100만 원 관련해 대질신문을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특검이 해당 진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는 답변을 했다는 김 지사 측 전언으로 밝혀진 것이다. 허익범 특검이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해당사실이 빠졌던 이유가 설명된다.

특검, '드루킹 일당 거짓말' 알고 있었다…신빙성 의문 (SBS 뉴스 보도영상 갈무리)

또한 지난 17일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재판부가 드루킹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근거로 100만원 수수의 진위를 따져 묻자, 특검은 드루킹과 측근이 거짓진술을 모의했던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고 SBS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수사 중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도 한다.

결국은 드루킹이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특검도 알았으며,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숨긴 채 수사를 드루킹의 진술에 의존하는 모순적 태도를 유지해온 것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또한, 드루킹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없음을 알고도 김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역시도 영장 발부가 아닌 김 지사 망신주기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2일 특검은 수사연장에 대해 결정을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연장의 근거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 연장신청을 하지 않은 특검이 없었고, ‘빈손’ 특검에 대한 비난 부담감으로 연장을 신청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특검연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전망이다.

특검, '드루킹 일당 거짓말' 알고 있었다…신빙성 의문 (SBS 뉴스 보도영상 갈무리)

그간 특검은 오직 ‘드루킹 입’만 바라보고 수사를 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언론을 통해 전달된 수사진척 상황이라는 것도 오직 드루킹의 진술 외에는 없었다. 언론들도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때와는 달리 어떤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채 특검에서 흘러나오는 ‘설’에 의존해 최대한 김 지사의 의혹을 키워왔다. 어떤 검증도, 의문도 없이 ‘받아쓰기’의 못된 습관이 다시 도졌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처지에 놓였다.

지금까지 드루킹 특검에 대해서 언론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도를 쏟아냈었다. 소위 ‘스모킹 건’이 없는 상황에서도 김 지사와 얽혀 있다는 사실 하나로 언론은 심증의 증폭을 위해 어마어마한 화력을 쏟아 부었다. 그런 총력전 속에서 특검이 드루킹 일당의 모의 전모를 알았다는 사실을 언론이 과연 몰랐을지는 의문이다. 진짜 드루킹의 거짓말은 특검만 알았을까?

이처럼 특검 종료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허익범 특검을 평가하자면 새삼 허탈해진다. 목표였던 김경수 지사는 어쩌지 못하고 애꿎은 노회찬 의원을 죽음으로 내몬 결과만 남았을 뿐이다. 당연히 드루킹 특검을 밀어붙였던 야당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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