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드라마 형식의 단막극 <여름 이야기>는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완벽한 단막극다운 작품이기보다는 기존 형식의 소품으로 담아낸 그들의 이야기는 의외로 담백한 재미였습니다.
여름, 그 마법처럼 아름다운 시간에 대해
해양과학도로서 전도유망했던 남일은 여자 친구의 친 오빠인 가장 친한 형과 함께 했던 다이버에서 생과사가 갈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살릴 수도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 평생을 몸담고 싶었던 해양과학도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그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해양 구조원이 되었습니다.
항공운항과 출신으로 신인시절 제법 주목을 받기도 했었던 경아는 현재는 그 누구도 자신에게 주목하지 않는 무명배우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렵게 따낸 배역인데 중요한 소품인 진주 반지가 없어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치자 그녀는 고가의 진주반지를 어렵게 사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 근교 섬으로 향합니다.
물론 흐트러진 그녀의 삶에서 평탄함은 사치였습니다. 이미 배는 떠나고 촬영은 무명인 자신을 위해 기다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는 물에 빠져 스스로 조난자가 되어 구명보트를 타고 촬영지인 섬으로 향하지만 자신의 역할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촬영장에서는 아무런 존재가치도 없는 자신에게 촬영장은 낯설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구명보트를 타고 나온 그녀는 운명처럼 다시 남일과 만나게 됩니다. 감독의 호출로 술집에 불려나간 경아는 우연히 그 곳에서 남일과 그의 여자 친구를 보게 됩니다.
그들은 감독과 여자 친구의 제안을 뿌리치고 그 대가로 뺨을 맞습니다. 그것도 인연이라고 함께 술을 마시며 신세한탄하던 그들은 하룻밤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그렇게 아침이 되어 민망함에 몰래 방을 빠져나가는 경아와 그런 그녀를 보며 아무 말 없는 남일은 고민의 폭만 깊어질 뿐입니다.
이젠 죽은 형이 자신에게 전해준 진주조개를 수조에 키우며 새로운 시작점을 그 진주에서 찾으려는 남일은 금은방에서 다시 한 번 경아와 마주합니다. 항공운항과 동창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그녀는 남일과 함께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생일날 함께 집이 있는 기장으로 향하던 그들은 자동차가 고장이나 급하게 바닷가 커플 대회에서 우승해 스쿠터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가기 시작합니다. 3주기를 맞이하는 형을 찾는 남일에게 자신의 꿈을 위해 급하게 구입했던 진주 반지를 남일에게 건네며 진주조개를 대신 형에게 전하라고 합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꿈을 가지고 있는 남녀가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힘겨워 하는 가운데 여름 바닷가에서 우연하게 만나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하게 된다는 익숙한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그들을 이어주는 진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꿈에 대한 고민의 대용물로 존재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샀던 진주 반지를 남일에게 건네고 그 반지를 죽은 형에게 전하는 남일은 무엇을 얻었을까요? 진주조개 안에 진짜 진주가 존재하는지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그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다시 깊은 바다로 보내는 남일의 행동은 힘겹게 다시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서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단편만이 가지는 한계와 장점들이 모두 드러난 <여름 이야기>는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몽롱하고 달콤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사라져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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