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면서 이보다 더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정말 K-리그도 희망이 있다" "아시아 최고 리그 가능성도 보인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K-리그 최고의 더비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올 시즌 세번째 만남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서울팬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입니다만...) K-리그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28일 저녁, 수원 빅버드에서 폭우가 오는 가운데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경기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서 후반 39분 일본 대표 출신 수원의 스트라이커 다카하라가 헤딩 결승골을 넣은데 이어 후반 종료 직전 염기훈의 패스를 받아 쐐기골까지 집어넣으며 수원이 4-2 승리를 거두고 리그 5연승을 달렸습니다. 이로써 수원은 또다시 한계단 뛰어올라 어느새 6강 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고, 선두를 노렸던 서울은 1위와의 승점 차가 4점으로 벌어지며 일단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의 승패는 엇갈렸지만 양 팀 모두 예상했던 대로 제대로 치고받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빼어난 경기력으로 관중들의 시선을 자극했습니다. 또 이 날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경기장을 찾은 4만 2천377명의 관중들 대부분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두 팀의 명승부를 즐겼습니다. 많은 골과 전체적인 경기력, 그리고 관중 분위기 등 3박자가 고루 어우러지면서 K-리그 최고의 축구 축제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양 팀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두 팀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시즌 전체의 3분의 2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순위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이날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전 두 경기(4월 4일 서울 3-1 승, 7월 28일 서울 4-2 승)만큼이나 많은 골이 날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두 팀 통틀어 6골이 터지면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신나게 했습니다.

골넣은 상황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조직적인 패싱플레이와 날카로운 크로스로 양 팀이 내로라하는 공격적인 선수들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결정력을 과시하면서 많은 골을 양산했습니다. 또 2-0으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서울 선수들이 힘을 발휘해 2골을 넣어 동점을 만들었고, 다시 수원이 다카하라의 결정력으로 2골을 뽑아내면서 90분 내내 흥미진진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등 명품 더비다운 승부를 펼쳤습니다.

많은 골 만큼이나 양 팀의 경기력도 대단했습니다. 두 팀 모두 최근 상승세를 등에 업고 최상의 경기력을 갖춘 가운데서 맞딱뜨려 수준 높은 패싱플레이와 조직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며 결정적인 기회를 많이 만들어냈는데요. 초반부터 총공세를 펴면서 다득점을 위한 플레이를 펼친 수원과 전반에 2골을 허용해 최태욱, 이승렬을 투입시키면서 분위기 반전에 잠시 성공했던 서울, 두 팀의 빠른 공격은 유럽 축구 웬만한 상위 클래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충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투지 넘치고 치열한 승부만큼이나 후반에는 부상자가 속출, 추가 시간이 6분이나 이어졌지만 그만큼 사활을 걸고 경기를 펼쳤기에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 다카하라, 중국 리웨이펑, 우즈베키스탄 제파로프 등 아시아 각 국을 대표했던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던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카하라는 2골을 집어넣으며 데뷔골을 슈퍼 매치에서 장식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리웨이펑 역시 투지넘치는 플레이로 수비진을 이끌면서 이상호의 골을 돕는 등 수원 승리에 큰 보탬이 됐습니다. 또 제파로프 역시 활발한 움직임과 명품 크로스를 앞세워 데얀의 동점골을 돕는 등 '아시아쿼터제'를 통해(팀당 한명씩 AFC아시아축구연맹 소속 국적 선수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 수원은 리웨이펑만 혜택) 팀에 들어온 아시아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이 있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리그를 추구하는 K-리그 입장에서 이같은 선수들의 활약은 분명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꽤 고무적일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이었습니다.

이런 명승부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4만 2천377명의 관중들도 대단했습니다. 경기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고 급기야 후반에는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 많은 관중들이 자리를 뜨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양 사이드의 두 팀 서포터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선수들과 함께 하겠다는 정신으로 승리 의지를 불태우며 '장외 전쟁'을 펼쳤고 다른 관중들 역시 K-리그 명품 더비의 진수를 맛보면서 90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뜬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날 기록한 4만 2천377명의 관중 숫자는 수원 창단 후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이었다고 하는데요. 명승부만큼이나 뜨거웠던 관중 열기는 경기의 흥미를 더욱 불어넣고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시키며 신명나는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밖에도 심판진의 비교적 깔끔했던 경기 운영, 수원 구단 차원의 적극적인 팬 마케팅, 최근 일본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도 축구팬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초대한 인기 걸그룹 카라의 공연까지 반나절동안 이어졌던 축구 축제는 어느 것 하나 크게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한 마무리를 지으면서 축구팬들의 마음을 모처럼 흐뭇하게 했습니다.

최근 K-리그는 0-0 승부가 단 한 번도 있지 않았을 만큼 매 경기마다 흥미진진한 승부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그리고 명품 더비는 이같은 최근 분위기를 타고 더 멋진 승부를 펼치면서 빅재미와 잔잔한 감동마저 주게 했습니다. 어쨌든 경기가 끝나고서도 오랫동안 여운에 남았을 만큼 수원과 서울 두 팀의 대결은 정말 대단했고, 또 K-리그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꽤 유쾌한 경기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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